한일 여자농구만 전세역전? 남자도 다 따라잡혔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남자농구도 일본에 다 따라 잡혔다.

한국농구가 일본만큼은 손쉽게 이길 수 있다고 자부한 시절이 있었다. 이젠 옛말이다. 여자농구는 2011년~2012년을 기점으로 전세가 완전히 역전됐다. 성인대표팀은 최근 몇년간 일본 1진에 10~30점차로 졌다. 지난달 아시아컵서도 14점차로 완패했다. 심지어 19세 이하 대표팀은 월드컵 16강서 39점차로 대패했다.

남자농구도 심상찮다. 한국이 2년 전 장사아시아선수권대회서 6위를 했을 때 일본은 4위를 차지했다. 우연이 아니었다. 1~2년 전을 기점으로 일본 남자농구가 한국 남자농구를 서서히 다 따라잡는 분위기다. 물론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대표팀이 이번 아시아컵 조별리그서 뉴질랜드를 잡는 등 선전 중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아시아 남자농구 수준이 평준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 일본이 있다.

허재호는 7월 윌리엄존스컵서 일본에 101-81로 완승했다. 이 결과만으로 한국이 여전히 일본에 앞선다고 마음을 놓으면 오산이다. 당시 일본은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이었다. 일본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은 12일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서 한국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을 81-77로 잡았다. 스코어는 접전이었지만, 내용은 완승에 가까웠다.

한국은 일본보다 여전히 4~5번 평균신장이 앞선다. 그러나 이날 한국은 일본의 2대2에서 파생되는 골밑 공격을 전혀 봉쇄하지 못했다. 일본은 조직적인 2대2, 3대3 공격으로 한국의 허약한 수비조직력을 농락했다. 연계플레이와 트랜지션에서 한국을 압도했다.

불길한 징조가 있었다. 한국 대학선발은 5월 이상백배 한일대학농구대회서 일본 대학선발에 3연패했다. 12일 아시아퍼시픽대회처럼 결과뿐 아니라 내용도 완패했다. 당시 일본선발의 절반 정도가 이번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멤버였다.

즉, 남자농구 성인레벨에선 한국이 아직 일본과 대등하거나 약간 우세하다. 그러나 대학 혹은 그 아래 단계로 내려가면 전세 역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일 남자농구는 8월 말 대만 유니버시아드, 가을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서 다시 직, 간접적으로 비교된다.

물론 일본은 유니버시아드를 대비, B리그서 3~4명이 가세했다. 하지만, 한국 역시 강상재, 한희원, 박지훈 등 일부 프로선수가 가세, 비슷한 조건서 경기를 치렀다. 이상백배에 이어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유니버시아드까지 일본을 이끄는 아키라 리쿠카와 감독은 "일본이 한국을 앞섰다고 보지는 않는다. 좋은 라이벌 관계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물론 전형적인 립서비스성 발언이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2010년대에 한국 성인대표팀을 오랫동안 이끌었다. 그는 몇 년전부터 수 차례 "곧 일본에 따라 잡힌다"라고 경고했다. 단순히 대표팀 경기력뿐 아니라 일본농구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판단, 날카롭게 예측한 게 결국 맞아떨어졌다.

일본농구에 사정이 밝은 동부 이상범 감독이 일전에 자세히 설명한 적이 있다. 이 감독은 KGC에서 나온 뒤 일본 남녀 고교, 대학에서 인스트럭터로 일하며 일본농구를 피부로 느낀 지도자다. 당시 이 감독은 "여자는 말할 것도 없고, 남자도 역전됐다. 그나마 일본이 큰 선수들이 별로 없다. 지금 큰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져 한국이 김종규, 이종현을 앞세워 간신히 이길 수 있는 수준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일본의 인프라, 협회와 연맹 지원 등을 감안하면 곧 완전히 역전 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키라 감독은 "일본농구협회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대대적으로 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다. 대학 선수들은 2월달부터 스프링캠프를 꾸려 유니버시아드를 준비했다. 그런 다음 5월 이상백배를 거쳐 7월 윌리엄존스컵에 다녀왔다. 이후 B리그 선수들과 함께 세 차례 합숙훈련을 했다"라고 소개했다.

반면 한국 유니버시아드대표팀은 7월31일에 소집됐다. 양형석 감독은 "핑계 같지만, 준비기간만 좀 더 길었다면 일본을 잡을 수도 있었다. 쓰고 싶은 수비 전술이 하나 더 있는데 준비시간이 부족해 쓰지 못할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물론 양 감독 역시 "일본 남자농구가 한국을 다 따라잡은 걸 인정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그만큼 일본농구협회의 대표팀 지원이 체계적이다. 성인 레벨뿐 아니라, 대학, 유소년 레벨까지 철저하다. 예산부족에 허덕이는 대한민국농구협회는 대표팀 훈련을 장기간 지원하기가 힘들다. 이 부분이 양국의 전력을 가르는 기본적인 지점이다. 한국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이 뒤늦게 소집됐지만, 그 현실 또한 전력의 일부다.

일본 선수들은 달라졌다. 아키라 감독은 "예전에는 하프코트에서 생각 없이 경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일본 남자농구는 B리그(통합리그)가 출범한 뒤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대학선수들은 B리그 진출을 목표로 성장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비해 트랜지션이 빨라졌다. 기본적인 기술은 물론, 2대2를 정확하게 하기 시작했다"라고 평가했다.

한국농구는 허약한 인프라, 허약한 시스템 속에서 기본부터 송두리째 흔들린다. 모든 부분에서 진일보한 일본과 정반대다. 기본적인 연령별 대표팀의 세밀한 관리부터, 아마추어와 프로 시스템의 효율적인 작동까지. 최근 일본 남자농구가 한국 남자농구를 다 따라잡은 것, 2010년대 들어 일본 여자농구가 한국 여자농구를 넘어선 뒤 격차를 쭉쭉 벌리는 건 절대 우연이 아니다.

10~20년 전에는 일본이 한국농구를 벤치마킹했다. 이젠 정반대로 한국이 일본농구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부끄러워도 할 수 없다. 현실이다. 자존심부터 접고 일본농구의 장점을 철저히 본받아야 한다. 그런 다음 한국 실정에 맞는 각 연령별 체계적인 대표팀 운영 시스템, 프로와 아마추어의 상생 시스템을 설정해야 한다. 특히 농구협회, KBL, WKBL의 통합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국 유니버시아드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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