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홈런 그후' LG 박용택과 나눈 이야기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영원한 LG맨' 박용택(38)은 자신이 언제 끝내기홈런을 쳤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박용택은 27일 잠실 넥센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후 "2004년 장원준, 2011년 정현욱, 그리고 오늘(27일)"이라고 했다. 개인통산 3번째 끝내기 홈런이었다.

경기 후 박용택과 나눈 인터뷰에서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끝내기 홈런의 순간, 2017시즌 중간점검, 후반기에 대한 기대감을 들을 수 있었다.

"파울칠 때 느낌이 있었거든요"

넥센은 9회말 마무리투수로 한현희를 내세웠다. 2014년 이후 세이브가 없는 한현희가 마운드에 오른 것은 김세현이 26일 블론세이브를 저지르고 2군으로 내려간데다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김상수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시 예상대로 한현희는 묵직한 직구를 앞세워 힘으로 승부를 했다. 박용택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결과는 페어가 아닌 파울이었지만 박용택은 실망하지 않았다. "파울칠 때 느낌이 있었다. 괜찮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한 박용택은 "한현희가 선발로 나올 때는 변화구도 많이 던졌지만 아무래도 마무리로 나오다보니 힘으로 승부하더라. 원하는 공이 잘 들어와서 좋은 스윙을 했다"고 홈런을 친 상황을 돌이켜봤다.

"수비도 안 하는데 밥값 해야죠"

새 외국인타자 제임스 로니의 합류로 박용택은 이날 오랜만에 1번타자로 나섰다. 박용택은 "첫 타석만 1번타자일 뿐이다"라면서도 "1회에 오랜만에 1번타자로 나가니까 어색함도 있더라"고 웃었다.

출루 능력이 좋은 박용택이 1번타자로 공격 선봉에 서는 것은 LG에게도 이득이라 할 수 있다. 박용택 스스로도 1번 타순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워낙 내가 치는 것을 좋아한다. 수비도 안 하는데 4~5번은 들어서야 하지 않겠나. 밥값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택의 '밥값'은 두 번째 FA 계약 이후 늘 버릇처럼 말하는 것이다.

"황목치승이 10승짜리 슬라이딩을 했어요"

LG가 연이틀 끝내기 승리를 거둔 것에 박용택은 먼저 황목치승의 슬라이딩을 떠올렸다. 황목치승은 25일 잠실 넥센전에서 9회말 대주자로 나가 포수 박동원의 태그를 절묘하게 피하고 득점에 성공했다. 비디오 판독으로 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찰나의 순간에 재치를 발휘한 것. LG는 다 끝난줄 알았던 승부에서 기사회생했고 정상호의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박용택은 "황목치승이 10승짜리 슬라이딩을 했다"면서 "덕분에 팀이 마지막에 칠 수 있는 기운이 생겼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끝내기 홈런에 대해서는 "3승짜리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연스러운 믿음이 있죠"

LG는 최근 11경기에서 8승 3패로 다시 올라가는 기운을 얻고 있다. 유독 후반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LG다. 지난 몇 년간 역사를 돌이켜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박용택은 "지금 순위는 정말 의미가 없다. 올 시즌은 정말 마지막까지 쉬운 경기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우리가 항상 후반기에 치고 올라가는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몇 년 동안 해내면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연스러운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선수들도 '후반기에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거의 10년 동안 올해 전반기가 가장 마음에 안 들었어요"

박용택은 항상 타격에 대해 연구와 고민을 멈추지 않는 타자다. 정상급 타격을 보여주면서도 타격폼에 과감히 메스를 대기도 한다.

박용택은 여전히 3할 이상의 고타율을 보여줬지만 스스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거의 10년 동안 올해 전반기가 가장 마음에 안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올스타 브레이크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며칠 동안 쉬면서 머리를 식히고 정리도 했다"는 박용택은 "후반기에는 내가 생각하는 스윙이 종종 나오고 있다"라면서 "나는 스윙 궤적이나 맞는 타이밍이 외야로 타구가 나가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끝내기 홈런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LG 박용택이 2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17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 vs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9회말 2사 1루서 역전 투런포를 터뜨린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사진 = 잠실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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