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군함도’ 류승완, 사회·역사의 불의에 맞서는 ‘베테랑’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탄광 막장의 벼랑 끝에 몰린 조선인들이 ‘주먹이 운다’는 심정으로 ‘피도 눈물도 없이’ ‘부당거래’를 일삼는 내부의 적을 응징해 ‘지옥행 급행열차(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에 태운 뒤 서로의 입장 차이를 조율해 ‘짝패’를 이뤄 ‘지옥섬 탈출 대작전(아라한 장풍 대작전)’을 펼치는 영화다.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혜성같이 데뷔해 ‘충무로 액션키드’의 기량을 뽐낸 그의 영화는 언제나 특권과 불의를 참지 못하고 ‘상식’과 ‘정의’를 실현하려는 이야기를 다뤘다.

‘짝패’는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점차 지옥으로 변해가는 중소도시의 어두운 뒷거래를 파헤치는 과정을 타격감 높은 액션 활극으로 그렸다.

‘부당거래’는 ‘아동 성폭행 연쇄살인사건’을 조작하고 범인을 만들어 대국민 이벤트를 벌이는 경찰, 검찰, 스폰서의 비열한 거래를 담았다. 그는 각본쓰는 검사, 연출하는 경찰, 연기하는 스폰서를 통해 부정부패에 찌든 한국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했다. ‘부당거래’ 촬영에 들어간 뒤에 실제로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져 자신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밝히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발생했다.

‘베테랑’은 어떠한가.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안하무인의 재벌3세 조태오(유아인)를 끝까지 추격해 검거하는 광역수사대의 활약상을 통쾌한 액션으로 펼쳐냈다.

‘군함도’ 역시 불의를 참지 못하는 그의 시대정신이 오롯이 살아있다. 조선인과 일본군 사이에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어떤 인물의 비밀을 만천하게 공개함으로써 헛된 명성에 가려진 친일파의 본질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류승완 감독은 스크린이 아닌 현실에서도 불의에 맞섰다. 효순, 미선양을 추도하는 촛불시위 때 박찬욱 감독과 함께 주한미군에 항의하는 삭발을 했으며, 2006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선 마르코 뮐러 집행위원장과 함께 스크린쿼터 반대 시위를 벌였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치권의 압력을 받았을 때에도 동료 감독들과 함께 조직위를 지지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제게 중요한 것은 상식”이라면서 “강자가 약자를 힘으로 누르려는 것에 대한 분노가 있다”고 말했다.

상식과 정의는 류승완 감독의 작품세계를 추진하는 든든한 양날개다. 그의 다음 작품 중 하나인 ‘베테랑2’ 역시 부정부패와 특권이 판치는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영화가 될 것이다.

그는 사회·역사의 불의에 맞서 싸우는 영원한 ‘베테랑’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각 영화사]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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