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여고 박지현 엄청난 잠재력, 내일이 기대된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된다."

WKBL은 KBL보다 젊은 인재가 훨씬 적다. 지난 시즌 박지수(KB)의 등장은 엄청난 축복이었다. 그런데 올해 한 박자를 쉬면, 내년 가을에 또 다시 초특급 신인을 만날 수 있다. 일찌감치 2018-2019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를 예약했다.

숭의여고 2학년 박지현이다. 프로필을 살펴보자. 신장 182cm다. 윙스팬도 길다. 몸도 비교적 탄탄하고 신체 밸런스도 좋다는 평가다. 포지션은 가드와 포워드. 다만, 6명(등록선수 5명)뿐인 팀 사정상 5번 역할까지 능숙하게 병행한다.

좋은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자유자재로 시도하는 내, 외곽 공격이 위력적이다. 수비수가 붙으면 돌파, 떨어지면 슛을 던진다. 페이스업을 즐기지만, 포스트업 능력도 괜찮다. 동료에게 건네는 패스능력도 수준급이고, 수비력도 준수하다. 상대 패스라인을 읽고 센스 있게 공을 가로채는 능력, 공을 향해 몸을 날리는 허슬도 돋보인다. 경기에 임하는 집중력과 팀을 향한 헌신이 인상적이다.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던 숙명여고와의 전국체전 여고부 예선 2차전. 박지현은 19점 12리바운드 6어시스트 7스틸, 쿼드러플더블급 맹활약을 펼쳤다, 자신의 위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팀 농구 비중도 이상적으로 가져갔다. 무리한 외곽슛을 자제하면서 철저히 인사이드를 공략했다. 박지현을 앞세운 숭의여고는 숙명여고에 69-41로 대승, 올 가을 전국체전에 서울대표로 출전한다.

이호근 코치가 거의 매 순간 선수들에게 세부적인 롤을 지시했다. 이 코치는 지난 4월 말 부임했다. 5월 초 연맹회장기 결승전서 숙명여고에 졌다. 이후 팀을 빠르게 정비, 숭의여고를 주말리그 왕중왕전, 전국체전 본선에 올려놨다. 삼성생명 감독 시절 풍부한 경험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주말리그서는 숙명여고, 수원여고, 분당정산고 등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쳤다.

박지현이 벤치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도 능력이다. 작전수행능력이 좋다는 뜻. 물론 이런 평가가 상대적으로 저변이 허약하고, 신장이 작은 선수가 많은 아마추어 레벨에 국한된다면 박지현의 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프로에 가서 진정한 평가를 하는 게 옳다는 말도 맞다.

그러나 작년 17세 이하 여자농구월드컵 등 국제대회 활약을 보면 물건은 물건이다. 세계최강 미국을 상대로 유일하게 자신의 기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22일부터 이탈리아에서 개막하는 19세 이하 여자농구월드컵도 박지현의 잠재력을 또 한번 살펴볼 수 있는 무대다. 이미 서동철 감독이 이끄는 성인대표팀 예비엔트리까지 들어갔다. (물론 23일 개막하는 FIBA 아시아컵 최종엔트리는 제외)

대부분 농구관계자는 박지현이 내년 가을 WKBL에 진출하면 어느 포지션으로 뛰어도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하거나 비중 있는 식스맨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본다. 한 농구관계자는 "182cm라는 신장 자체가 무기다. 그 키로 1~3번을 소화한다. WKBL서도 동 포지션 미스매치를 유발할 수 있다"라고 했다. 현재 WKBL서 180cm 초반대의 선수들은 대부분 4~5번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부적인 기술은 좀 더 익혀야 한다. 그러나 습득력, 잠재력이 좋은 선수라서 금방 WKBL에 적응할 것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된다"라고 했다. 한 프로구단 감독은 "박지수급 영향력은 아니더라도, 그에 근접할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호근 코치는 "올 시즌에는 외곽과 골밑 공격의 비중을 비슷하게 한다. 다만, 돌파한 뒤 레이업슛을 종종 놓치는 경우가 있다. 원투스텝을 정확하게 해서 올라가야 하는데, 스텝이 약간 흐느적거린다. 계속 교정하고 있으니 좋아질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척박한 한국여자농구에 또 한 명의 물건이 등장했다. WKBL 6개 구단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앞으로 지도자들이 박지현을 잘 키워야 한다. 물론 선수 본인의 안주하지 않는 자세와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박지현(위), 박지현에게 지시하는 이호근 코치(아래). 사진 = 숭의여고 제공, 잠실학생체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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