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②] '42번가' 김석훈 "나 역시 '홍길동'으로 갑자기 스타됐지만…"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김석훈의 행보는 늘 의외다. 배우 활동을 하면서 SBS '궁금한 이야기Y' 진행 및 내레이션을 꾸준히 하고 있고 최근에는 클래식음악 콘서트 사회자로 활동중이다.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라디오 진행을 맡아 DJ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런 김석훈의 최근 행보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통해 14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김석훈은 의외의 행보라는 말에 "내가 항상 의외의 일을 좀 많이 한다"고 인정했다. 드라마 흥행 이후 다수의 작품 섭외가 들어왔지만 그 때 선택한 것도 클래식 라디오였다고 덧붙였다.

"재밌을 것 같은걸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뮤지컬의 경우는 의외라고 말하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저한테는 사실 낯선 장르가 아니에요. 보러 다니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브로드웨이도 가고 웨스트앤드도 가고 엄청 보러 다녔죠. 사실 그동안 뮤지컬 제안이 많이 있었지만 안 했던건 내가 못 하는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근데 이번에는 타이밍이 잘 맞았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 출연하게 됐어요."

사실 '브로드웨이 42번가'와 같은 쇼뮤지컬을 좋아하지 않았던 김석훈이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쇼코미디 뮤지컬이 오히려 관객들에게 다가갔을 때 더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의 생각을 바꿔준 것이 영화 '라라랜드'였다. 당시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울 때 '라라랜드'를 보고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낀 그는 '세상이 무겁고 어려울 때,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일 수록 가벼운 모습으로 다가가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렵고 무겁고 심오한 것만 하고 싶었던 그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전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좋아해요. 장르를 떠나서요. 엔터테인먼트가 아니어도 전달하는 역할이면 다 하고싶죠. 이번 뮤지컬 역시 메시지를 전하잖아요. 시골 소녀 페기소여가 스타가 되어가는 과정,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를 다루는데 누구에게나 통하는 이야기죠. 우리에게도 작은 꿈이 있고 그걸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요. 이 작품은 특히 탭댄스가 주는 희열도 있고요."

스타를 꿈꾸는 페기소여가 주인공인 만큼 더 공감이 되기도 한다. 그는 "다 마찬가지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페기 소여같은 과정을 겪었다"며 "그 두려운 마음, 떨리는 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준비되어 있는 사람은 딱 하라고 했을 때 그걸 해내요. 하지만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역할을 줘도 안되죠. 저도 페기소여처럼 갑자기 스타가 된 경우예요. 연극하다가 드라마에 캐스팅 됐는데 바로 주인공을 했거든요. 그 때 황당함이 첫번째었어요. '내가 이걸 잘 할 수 있을까' 걱정 됐죠. 그 다음엔 육체적인 피곤함이 있었어요. 누구나 그럴 거예요."

김석훈은 자연스레 데뷔 당시를 떠올렸다. 대학 졸업 후 운 좋게 국립극단 단원이 됐고, 1998년 새로운 얼굴을 찾던 드라마 PD에게 캐스팅돼 SBS 드라마 '홍길동'에 출연, 인기를 얻었다.

"당시 드라마 PD님이 중고신인을 찾았어요. 그래서 연극판을 돌아다니신 거죠. 절 보시더니 바로 하자고 하더라고요. 한 번도 TV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그렇게 시작하게 된 거죠. 페기소여는 너무 하고싶어 했지만 저는 '내가 할 수 있을까' 했었어요."

화려하게 데뷔해 단숨에 큰 인기를 얻었다. 인기를 맛본 만큼 계속 인기만 쫓을 수도 있었지만 김석훈은 그렇지 않았다. 의외의 행보를 이어가며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사실 '홍길동' 이후로 완전히 탄탄대로거나 굴곡이 엄청나게 크면 모르겠는데 저는 제 선택을 해가며 최선을 다 했어요. 작품이 안 됐을 경우 열은 좀 나지만 그렇게까지 신경 쓰진 않았죠. 이 바닥에선 그래야 되겠더라고요. 그게 안 되면 힘들겠던데요? 잘 되는 것보다 안 되는게 더 많으니까요. 사실 몇몇 안되는 사람들이 잘 되는 거지 나머지 사람들은 내리막 오르막의 반복이에요. 그러니 전 과감하게 내가 하고싶은 걸 선택하자는 생각을 했죠."

김석훈은 그런 자신의 선택에 대해 "다른 사람의 노멀한 시선이 나는 맞게 보이지 않는다. 고집이 세다"고 정리했다.

"제가 한 선택에 항상 85점 이상은 만족해요. 너무 완벽해도 안 되는 것들을 보면서 많이 깨달았죠. 남들은 아쉬운 시선으로 볼 수 있을텐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번 뮤지컬도 그래요. 100점은 아니겠지만 80점 이상은 받고 싶어요. 주변인들 말고 관객들 시선으로 우 이상이었으면 좋겠어요. 전 전달자만 되면 돼요. 무대 올라가면 힘이 나고 신나하는 체질이라 걱정 없어요."

한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오는 8월 5일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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