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 '42번가' 김석훈 "14년만에 뮤지컬, 이등병처럼 어리바리"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김석훈이 14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연극 무대로 연기를 시작해 무대가 익숙했던 그이지만 줄곧 방송을 통해 대중을 만난 만큼 오랜만에 돌아간 무대는 그에게도, 관객들에게도 낯선 매력으로 다가온다.

김석훈이 출연하는 뮤지컬을 '브로드웨이 42번가'. 21년간 사랑 받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성공과 사랑이라는 가장 보편적이며 열정적인 주제를 담았으며 배우의 꿈을 안고 브로드웨이로 건너온 코러스걸 페기소여가 뮤지컬스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극 중 김석훈은 최고의 카리스마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을 맡았다.

'왕과 나' 이후 14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김석훈은 "14년 전에 뮤지컬을 할 때는 노래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엔 두 곡이나 된다"며 긴장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번에 노래 연습을 차분히 했어요. 마지막 곡을 제가 부르는데 노래를 못하면 김이 빠지잖아요. 폐 끼치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노래로 감동을 주는 건데 솔직히 전 일반인 수준이에요. 잘 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음악 감독님이 기본부터 잘 알려주셨어요. 허밍부터 시작해 본 소리를 냈어요. 많이 좋아졌다고 하시던데요? 최정원 선배도 많이 도와줬어요. 제 연기를 존중하면서도 조언을 해주시고, 정말 이야기를 잘 들어 주셨죠."

무대가 아닌 매체를 통해 알려진 만큼 무대 위에서 부담감도 있다. "부담감이 많다"고 운을 뗀 그는 "소위 잘 알려진 분들이 공연을 할 때보다 연습을 두 배 이상 더 많이 해야 한다"며 "무대가 주는 공포감이 있다. TV, 영화도 공포감이 있지만 무대가 주는 공포감은 10배 이상"이라고 고백했다.

"부담감을 줄이려면 많이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김석훈은 "오로지 무대만 생각하며 연습했다. 연습 안 했을 때의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두려움을 알기 때문에 연습할 게 많다. 지금은 정신없이 따라가기 바쁘다.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등병처럼 어리바리한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관객들을 실망시키면 안 되잖아요. 사실 노래나 춤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뮤지컬이 익숙한 장르도 아니기 때문에 전 연습을 많이 할 수밖에 없어요. 이전 역할의 분들을 비롯 같은 역을 맡은 이종혁 씨와의 비교도 당연히 하겠죠. 그 수준까지만이라도 가기 위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좀 알려진 사람이니까 그런 점은 괜찮을까요? 사실 과거 뮤지컬을 할 때 중간에 박수가 나오니까 당황하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어요. 전혀 준비하지 않았던 상황이었거든요. 이번에는 그 박수에 당황하지 않고 열심히 해야죠."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클래식 콘서트든 무대에서 뭔가 전달하는 건 기쁘고 좋은 일인 것 같다"며 무대가 주는 즐거움을 강조했지만 김석훈은 여전히 무대가 주는 공포감을 잊지 않고 연습에 임하고 있다.

"연습을 안 하면 공포스러워요. 배우와 관객의 기싸움인데 관객의 기에 눌리면 배우들이 KO 당하거든요. 감동을 전달하는건 연습이 잘 돼있는 사람이어야 가능해요. 전수경, 최정원, 배해선, 이종혁, 에녹 전부다 단단한 사람들이잖아요. 그 사이에서 걱정도 되지만 폐끼치지 않게 잘 해야죠."

한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오는 8월 5일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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