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제2의 이승엽과의 만남을 기다린다[김진성의 야농벗기기]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제2의 이승엽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2017년 KBO 올스타전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슈퍼스타 이승엽의 진정한 가치가 다시 한번 드러난 무대였다. 대구 팬들의 깊은 사랑은 물론, 다른 올스타들에게도 존경과 선망의 대상임을 확인했다.

이승엽은 실력, 인성, 매너, 팬 사랑, 사생활 관리 등에서 완벽하다. 1995년 데뷔 후 23년간 한국과 일본에서 단 한 번도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린 적이 없다. 연예계에 유재석이 있다면, 야구계에는 이승엽이 있다. 당연히 안티 팬은 거의 없다.

KBO가 마지막 올스타전을 맞이하는 이승엽을 위해 많은 행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자신만의 무대가 아닌 올스타들을 위한 무대라며 일부만 받아들였다. 자신을 향한 악수와 격려에 감동한 후배 최주환(두산)에게 오히려 본인이 더 고맙다고 했다. 후배들의 각종 일탈에 본인이 대신 사과하고, 일침했다.

이런 슈퍼스타가 올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다. 은퇴 번복은 없다. 이승엽은 2017시즌이 끝나면 더 이상 야구선수가 아니다. 물론 훗날 여러 방법으로 그라운드에 돌아올 수는 있다. 하지만, 야구계 중심에서 한 발 벗어나는 건 분명하다.

이승엽은 후배들이 자신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이제 프로야구의 중심이 나 같은 베테랑보다 젊은 선수들에게로 넘어가야 한다. 베테랑들을 넘어서지 못하는 젊은 선수들은 반성해야 한다"라고 했다.

과연 이승엽이 떠나면, 이승엽만큼 실력으로 야구 팬들을 매료시키면서 완벽한 자기관리로 타의 모범이 되는 슈퍼스타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이승엽은 "어렸을 때 이만수 선배, 박철순 선배가 우상이었다. 나 또한 후배들에게 우상이 됐다. 그럴 때 프로야구 선수가 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승엽은 단순히 야구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야구를 잘하는 선수 그 이상의 가치를 뽐내며 KBO리그와 한국야구의 품격을 높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승엽도 자연스럽게 올 시즌을 끝으로 한국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이제 한국야구는 이승엽의 가치를 이어받을 만한, 제2의 이승엽을 발굴해야 한다. 이승엽과 똑같은 스타일의 야구선수를 발굴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승엽처럼 실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면서 한국야구의 브랜드 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슈퍼스타가 필요하다. 그런 선수가 늘어나야 한국야구산업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야구선수는 야구만 잘하면 야구종사자들, 야구 팬들에게 거의 비난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KBO리그라는 상품가치가 격하되지 않으려면 실력으로 다른 야구종사자들에게도 존경 받을 수 있고, 야구 외적으로도 완벽한 선수가 자꾸 배출돼야 한다.

야구 종사자들이 야구만 잘해서 되는 시대는 지났다. 아무리 야구를 잘해도 모럴 해저드가 끼어들면 해당 주체의 가치하락은 돌이킬 수가 없다. 최근 수년간 급증한 KBO리그의 각종 사건사고를 통해 확인됐다. 상품의 가치하락이 가파를수록 KBO리그의 적신호는 강렬해진다. 더 이상 간과하면 안 된다.

지금 KBO에 뛰고 있는 선수들도, 심지어 아직 KBO리그에 데뷔하지 않은 선수들도 충분히 또 다른 이승엽이 될만한 자격이 있다. 선수 본인의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 스승, 선배 등 주변인들의 도움, 구단들과 KBO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동반돼야 한다.

한국야구가 선수 이승엽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부터 진정한 의미의 제2의 이승엽을 발굴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나도 중요한 과제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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