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쇼트트랙을 한 단계 올려놓은 빅토르 안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러시아 생활 6년 차에 접어든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팀에서 고참급에 속한다. 그가 다년간 쌓은 노하우는 그대로 러시아 대표팀에 녹아들며 변방이었던 러시아 쇼트트랙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 놓았다.

안현수는 지난 8일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과 함께 입국해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2주 일정으로 전지 훈련을 하고 있다. 17일 훈련을 마친 안현수는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쇼트트랙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안현수는 “선수로서 성적에 대한 부담이 남아있지만, 이제는 최대한 즐기면서 타려고 한다. 운동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빙상연맹에서도 안현수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안현수는 “연맹 회장을 만났는데, 이제는 성적 부담 갖지 말라고 하더라. 이전에는 부담이 됐는데 이제는 편하게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안현수 귀화 후 러시아는 쇼트트랙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안현수는 500m와 1000m 그리고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며 3관왕에 올랐다. 이는 고스란히 러시아 선수단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그는 “귀화 초기에는 힘들었다. 인식 자체가 달랐다. 계주를 하는데 러시아 선수들은 스케이팅을 타기도 전에 지고 들어갔다. 한국, 중국, 캐나다에게 질거란 패배 의식이 강했다. 하지만 개인 종목에서 성적을 내면서 스스로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는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안현수 본인도 배운 것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필드 중심의 훈련을 많이 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웨이트 위주다. 장단점이 있다. 나에겐 파워를 기르는데 도움이 됐다. 그로인해 단거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어는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안현수는 “솔직히 지금도 어렵다”고 웃으며 “초반에 정말 열심히 했다. 일상은 문제없지만 공식 인터뷰는 오해 소지가 있기 때문에 통역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안현수는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한국 팬들이 야유할 수도 있지만 러시아에 가면서 그 정도는 각오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일 순 없다. 오히려 응원해주는 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의 피해로 내가 러시아로 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모두가 자세한 건 모른다. 단지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것들 뿐이다. 이에 대해 일일이 해명할 수도 없었다. 다만 중요한 건 내가 필요한 상황에서 선택한 것이라는 점이다. 피해를 봐선 떠난 건 아니다”고 했다.

안현수는 자신의 쇼트트랙을 마라톤에 비유하며 “이제 40km에 정도 온 것 같다. 9살부터 24~25년 동안 스케이팅을 했다. 정말 징그럽게 힘들었다.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아. 하지만 지금은 매 순간이 즐겁고, 하루 하루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 생활 이후에 대해서 “내가 잘하는 게 이것 밖에 없지만, 은퇴 후에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싶다. 물론 아직 고민 중이다. 천천히 고민할 것이다. 가족과도 상의해야 한다.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안현수, 우나리 부부는 지난 2015년 12월 득녀 소식을 전했다. 그는 “가족을 생각하면 러시아 생활을 오래하진 못할 것 같다. 아내도 나를 위해 많은 부분을 희생했다”고 말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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