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③] '대학살의 신' 송일국, "나를 벗겨내니 솔직히 너무 신나"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MD인터뷰②]에 이어

배우 송일국이 완전히 풀어졌다. 묵직하고 근엄한 이미지가 강했던 그에게서 이토록 능청스럽고 코믹한 모습이 숨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연극 ‘대학살의 신’ 속 송일국은 완전히 본연의 모습을 찾았다.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자수성가한 생활용품 도매상으로 확고한 신념을 지닌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공처가이자 중립을 지키는 평화주의자 미셸 역을 맡은 송일국은 능청스러운 모습부터 성격장애로 폭발하는 반전 모습까지 완전히 풀어진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송일국은 “세상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내가 대외적으론 무거운 이미지이지만 전혀 그런 사람 아니다”며 “나를 감싸고 있던 것들을 벗겨냈다”고 고백했다.

“연습 때 연출님이 저를 미셸로 포장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 안에 있는 미셸을 꺼내라고 하셨어요. 미셸이 갖고 있던 핸디캡들이 어느 정도 공감이 갔죠. 지적인 아내에 대한 생각은 제 아내가 판사이니 말 다했고, 마마보이까진 아니지만 어쨌든 어머니와 같은 길을 걷고 있으니 많은 부분에서 미셸에게 공감했어요.”

자신을 감싸고 있던 불필요한 것들을 벗겨내고 본연의 모습으로 공감가는 캐릭터를 연기하니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송일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솔직히 너무 신난다”고 말했다.

“작품이 갖고 있는 힘이 이렇게 신나게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행복한 게 여기 배우 중에선 막내라 선배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분위기를 풀어주셨어요. 웃느라 정신 못 차릴 정도였으니까요. 또 연출님은 저보다 어린데 배우의 자존심을 안 상하게 하면서 결국 연출 방향대로 끌어갔어요. 정말 대단하죠. 막을 올리고 나니 정말 좋은 환경이었다는 걸 느껴요.”

‘대학살의 신’에 대한 송일국의 신뢰는 상당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적재적소 웃음을 주고 공감을 주니 연기할수록 작품이 더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보는 사람에 따라 웃음 포인트가 달라요. 개개인이 느끼는 것도 다르고요. 작가가 의도한 바가 그거 같아요. 관전 포인트는 그저 웃고 가시라는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오세요. 저희가 즐겁게 해드릴게요. 단순히 웃기는 것뿐만 아니라 교훈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그래도 이 연극은 생각할 여지가 많은 작품이에요. 웃음도 드리고 지적인 즐거움도 드리죠. 와서 즐기시면 될 것 같아요. 제목이 너무 거창하지만 거기서 오는 반전 매력, 웃음 포인트도 많답니다.”

연극 ‘대학살의 신’. 공연시간 90분.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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