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S 이후 48홈런' SK 타자들은 2S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동현의 1인치]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 SK 와이번스가 홈런의 팀이라는 것을 모르는 야구팬은 많지 않다. 25일까지 치른 73경기에서 129개의 홈런을 가동, 이 부문 2위 두산 베어스(80개)를 압도적인 차이로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 투수와 타자의 대결 결과는 볼카운트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투수에 비해 타자의 능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투수가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면 타자는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가 되면 타자들은 삼진을 당하지 않기 위해 갖다 맞히는 타격을 하는 경우가 많다.

# 올해 KBO리그에서 나온 700개 홈런 중 2스트라이크 이후 나온 홈런은 209개 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도 풀카운트(60개)를 포함한 수치다. 전체 홈런의 29.9%만 2스트라이크 이후 나왔다. 그렇다면 '홈런의 팀' SK는 2스트라이크 이후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 힐만 감독의 '2스트라이크 플랜'

-팀 출루율 강화가 주요 과제로 보이는데 어떻게 할 생각인지?

"맞다. 지난 가고시마 캠프부터 정경배 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정 코치가 팀에 '2스트라이크 플랜'에 대한 인식을 지속적으로 잘 심어준 것 같아 매우 기쁘다. 우리는 우리의 장점인 파워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삼진 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 계획을 통해 출루율을 높여나갈 생각이다"

다음 문답은 SK가 플로리다 캠프 도중 전한 트레이 힐만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질문에 있는 것처럼 SK는 지난 시즌 출루율 .356을 기록, 10개 구단 중 9위에 머물렀다. 팀 타율은 4위로 준수했지만 속 빈 강정이나 다름 없었다. 홈런 역시 흔히 말하는 영양가 없는 홈런이 많았다.

올시즌 SK의 팀 타율은 .263로 최하위다. 출루율에 대한 고민도 여전하다. 순위는 지난해보다 한 계단 높아진 8위이지만 절대적인 수치는 .339로 더 낮아졌다. 삼진 또한 546개로 전체 1위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비록 '삼진 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 계획을 통해 출루율을 높여나갈 생각이다'라는 부분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있지만 '파워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라는 부분은 선수들이 충실히 따르고 있다.

힐만 감독은 '2스트라이크 플랜'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플로리다 캠프 인터뷰 뿐만 아니라 시즌 때에도 경기 전 취재진과의 인터뷰나 경기 후 승리 소감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2스트라이크 플랜'이란 무엇일까. SK 관계자는 "2스트라이크 이후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보면서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 자신있게 스윙하라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전했다.

타자들은 '투수의 카운트'인 2스트라이크가 되면 삼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소극적인 스윙을 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강한 타구가 나오지 않으며 자칫 병살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덕분에 SK는 빠른 타자가 많지 않음에도 올해 52개의 병살타를 기록, 10개 구단 중 2번째로 적은 수치를 남기고 있다. 물론 타자들의 스윙 궤적이 큰 영향을 미치지만 이 부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시즌 초 힐만 감독은 "타자들이 2스트라이크 이후 플랜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텐데도 잘 따르려고 해 고맙다"고 전했으며 힐만 감독 부임 이후 팀내 입지가 크게 넓어진 조용호에 대해서도 "우리팀에서 2스트라이크 이후에 가장 두려움이 없는 타자다"라고 말하며 이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설명했다.

▲ 2스트라이크 이후 홈런 비율, 전체 홈런 중 23% SK 몫

'2스트라이크 플랜'이 홈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물론 압도적인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이기에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홈런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비율로 살펴보면 효과가 드러난다. 올해 리그 700개 홈런 중 SK는 129개를 기록, 18.4%를 차지했다. 리그 전체에서 2스트라이크 이후 나온 홈런은 209개다. 그 중 SK의 몫은 48개로 23%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비율이 더 올라가는 것.

0-2에서는 1개에 그쳤지만 1-2에서는 8개를 때렸다. 그리고 '여전히 투수의 볼카운트'인 2-2에서는 22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그리고 타자들이 장타보다는 출루에 집중하는 풀카운트에서도 17개의 홈런을 날렸다. 리그 전체 풀카운트 홈런 숫자가 60개인 가운데 그 중 3분의 1가량을 SK가 기록했다.

SK가 2스트라이크 이후 기록한 48개의 홈런은 홈런 부문 최하위 LG가 기록한 43개보다 5개 많은 수치다. 홈런 9위팀 kt(50개)와도 2개 차이 뿐이다.

주축 타자들의 2스트라이크 홈런 비율은 더욱 높다. 최정은 26개 중 11개(42.3%)를, 한동민은 22개 중 9개(40.9%)를 2스트라이크 이후 때렸다. 김동엽은 2스트라이크 이후 홈런 비율이 50%에 이른다(시즌 15개, 2스트라이크 이후 7개)

물론 힐만 감독 역시 출루율에 대한 갈증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단점을 고치려고 하다가 장점까지 잃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홈런보다 더 간절한 안타 한 개가 나오지 않아 아쉬움을 삼킬 때도 있지만 홈런의 힘으로 승리를 하는 경우도 여러번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2스트라이크 플랜'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 2스트라이크 이후 홈런 비율

0-2: 리그 18개 SK 1개

1-2: 리그 49개 SK 8개 (공동 1위)

2-2: 리그 82개 SK 22개 (1위)

3-2: 리그 60개 SK 17개 (1위)

리그 전체: 700개 SK 129개 (18.4%)

2스트라이크 이후: 리그 209개 SK 48개 (23%)

[최정과 한동민(첫 번째 사진), 김동엽과 힐만 감독(두 번째 사진)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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