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양현종은 왜 실내연습장에 들어갔을까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날 밤, 양현종은 왜 실내연습장에 들어갔을까.

27일 밤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그날 KIA는 롯데에 15-7로 완승했다. 경기가 끝나고 조명탑에 불이 하나, 둘 꺼지기 시작했다. 그때 트레이닝복 차림의 선수 한 명이 수건을 들고 KIA 3루 덕아웃 앞 그라운드에 나와 서성거렸다.

그는 마운드를 응시했다. 마운드에 오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마운드에는 구장관리요원들의 정비가 진행 중이었다. 결국 그는 다시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운드 대신 실내연습장에서 자기 할 일을 마치고 퇴근했다.

양현종이었다. 올 시즌 10경기서 7승 2패 평균자책점 3.64로 에이스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2경기 연속 난타 당했다. 20일 광주 두산전서 4⅔이닝 12피안타 1탈삼진 1볼넷 6실점, 26일 광주 롯데전서 5⅓이닝 8피안타 5탈삼진 3볼넷 7실점.

김기태 감독은 "체력 문제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직 1군 엔트리에서 빼거나 등판일정을 조정해줄 생각은 없다"라고 했다. 이어 "10경기서 7승을 했다. 시즌 초반에 워낙 좋았다. 지금도 충분히 잘 해주고 있다"라고 격려했다.

그래도 양현종은 최근 2경기 난타가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수건을 들었으니, 예상대로 섀도우 피칭이었다. KIA 관계자에 따르면 26일 경기 직후에도 했고, 27일에도 했다. 양현종이 섀도우 피칭을 한 건 오랜만이라는 게 KIA 관계자 설명. "30분 정도 하고 떠났다"라고 귀띔했다.

섀도우 피칭은 투수가 공을 잡지 않고 투구폼을 정식으로 잡아보는 것이다. 아무 것도 던지지 않으면 어깨나 팔에 무리가 간다. 그래서 공보다 가벼운 수건을 잡는 경우가 많다. 투수가 밸런스를 다잡기 위해 흔히 실시하는 훈련.

양현종은 프로 초창기 시절은 물론, 3~4년 전까지 섀도우 피칭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굳이 시즌 중 섀도우 피칭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완성형 투수 반열에 올랐다. 안정된 투구밸런스를 바탕으로 전력투구와 완급조절을 자유자재로 한다. 2~3경기 연속 난타 당한 케이스가 많지 않다.

양현종이 경기 후 실내연습장으로 들어선 건 그만큼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이대진 투수코치는 "뭐가 좋지 않은지 얘기를 나눴다. 지금은 본인이 문제가 무엇인지 더 잘 알고 있다"라고 했다.

최상의 밸런스가 아닌 게 틀림 없다. 투수든 타자든 시즌 내내 좋은 투구, 타격 밸런스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로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더구나 양현종은 팀 내 간판투수다. 책임감이 남다르다.

양현종의 다음등판 예정일은 내달 1일이다. NC와의 1~2위 주중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 그날 KIA의 최상의 시나리오는 섀도우 피칭 효과를 본 양현종의 호투로 위닝시리즈를 완성하는 것이다.

[양현종.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