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버나디나 기막힌 캐치능력, "본능이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본능이다."

KIA 외국인타자 로저 버나디나는 요즘 표정이 밝다. 야구가 잘 풀리기 때문이다. 그는 시즌 초반 KBO리그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타격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공을 때려야 하는데 문질렀다"라고 했다.

투수들의 집요한 몸쪽 승부와 유인구 승부에 팔로만 공을 따라다니다 삼진과 범타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버나디나의 타격을 보면 하체에서 상체로 이어지는 밸런스가 좋다. 골반을 활용한 중심이동이 좋아졌다는 게 야구관계자들의 평가.

버나디나는 "메이저리그 시절 톱타자를 맡아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그게 타격감에 영향을 미쳤던 건 아니다. 타격코치님이 정확하게 내 타격을 보고 있다. 예전의 좋았던 스윙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절대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라고 했다.

타자들이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 수비할 때도 타격에 대한 생각이 끊이지 않다 집중력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대로 타격이 잘 되면 수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버나디나는 최근 타격 페이스가 올라오면서 좋았던 수비 응집력이 더욱 돋보인다.

버나디나는 27일 광주 롯데전서 한 차례 묘기에 가까운 수비를 선보였다. 8-0으로 앞선 2회초 1사 1,2루 위기였다. 롯데 신본기의 날카로운 타구가 좌중간을 가르는 듯했다. 그러나 버나디나는 전력 질주한 뒤 팔을 쭉 뻗어 잡아냈다. 자신의 눈 옆으로 날아가는 빠른 타구를 걷어냈다.

흔히 외야수에게 머리 바로 위, 혹은 눈 앞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타구를 잡아내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한다. 주전 외야수라면 좌, 우로 움직이는 타구는 익숙하다. 그러나 라이너성으로 빠르게, 정면으로 날아오는 타구의 경우 집중력 있게 응시해도 막상 포구 위치를 잡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버나디나는 멋지게 처리했다. 낙구지점을 포착한 뒤 점프하면서 타구를 글러브에 넣고 쓰러졌다. 관중의 박수가 쏟아졌다. 그 수비뿐 아니라 올 시즌 버나디나의 외야수비 공헌도가 굉장히 높다.

버나디나는 좋은 캐치능력에 대해 "메이저리거 시절 수비코치님에게 잘 배웠다. 집중력이 좋았다"라면서도 "본능이다. 타구를 보면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라고 했다. 자신감을 드러낸 발언이었지만, 그만큼 수비센스 자체가 뛰어나다는 증거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2003년을 빼놓고 7년간 한화에서 활약한 외국인 외야수 제이 데이비스가 있었다. 그 역시 정교한 타격에 한 방 능력, 수준급 외야수비와 도루 능력을 겸비했다. 한화는 데이비스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했고, 데이비스 역시 한화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올 시즌 KIA 타선에는 토종 해결사가 많다. 당시 데이비스는 주로 클린업트리오에 포함됐지만, KIA는 버나디나를 톱타자로 쓴다. 버나디나가 지금처럼 공수에서 다양한 재능을 꾸준히 발휘하면 KIA도 더 바랄 게 없다. KBO리그에 적응하기 시작한 버나디나는 "팬들이 불러주는 내 응원가가 참 듣기 좋다"라고 말했다.

[버나디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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