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포르투갈 분석: 4-3-3 and 2-4-4

[마이데일리 = 인천 안경남 기자] 한국이 16강에서 포르투갈을 만난다. 에밀리우 페이시 감독이 이끄는 포르투갈은 이란과의 C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한 포르투갈은 이란의 10백과 세트피스에 일격을 당하며 끌려갔다. 벼랑 끝에 놓인 페이시 감독은 후반에 극단적인 공격 전술로 경기를 뒤집었다. ‘원톱’을 ‘투톱’으로 바꿨고, 좌우 풀백을 높은 위치까지 전진시켰다. 그리고 ‘센터백’을 빼고 ‘윙어’를 투입한 뒤 수비형 미드필더를 센터백으로 내리는 파격적인 변화를 감행했다. 그리고 포르투갈은 두 골을 몰아치며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 포르투갈 전반전 포메이션 : 4-3-3

(포르투갈 4-3-3 포메이션 : 21코스타 - 15달로트 4페루 13페르난데스 5유리 히베이루 - 14플로렌티누 16미겔 8델가두 - 9안드레 히베이루 7곤살베스 18고메스 / 에밀리우 페이시 감독)

포르투갈의 기본 포메이션은 4-3-3이었다. 전방에 3명의 공격수와 역삼각형 미드필더, 그리고 포백을 구축했다. 스리톱의 특징은 측면 윙어가 중앙으로 자주 이동했다는 점이다. 특히 9번 안드레 히베이루는 사실상 세컨 스트라이커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실제로 후반에는 투톱으로 변신했다) 7번 곤살베스도 중앙으로 들어와 미드필더와 연계 플레이를 시도했다.

미드필더 역할을 세분화 됐다. 14번 플로렌티누가 전형적인 홀딩 역할을 맡았고, 미겔과 델가두가 공격을 지원했다. 하지만 둘 다 창의적인 10번(플레이메이커)는 아니다. 8번 델가두는 박스투박스에 가까웠고 미겔도 공간을 여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결국 페이시 감독은 이란의 밀집 수비를 깨기 위해 전반 26분 만에 미겔을 빼고 10번 샤다스를 투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의 공격은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이란이 좌우 측면 미드필더까지 깊숙이 내려오면서 사실상 6백을 구축했고, 포르투갈이 사이드보다 중앙을 고집하면서 답답한 흐름이 계속됐다. 포르투갈이 전반전에 6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 포르투갈 후반전 포메이션 : 2-4-4

(포르투갈 2-4-4 포메이션 : 21코스타 - 15달로트 14플로렌티누 - 13페르난데스 5유리 히베이루 10샤다스 8델가두 - 7곤살베스 9안드레 히베이루 18고메스 11페레이라 / 에밀리우 페이시 감독)

페이시 감독은 후반에 전술을 바꿨다. 승부수였다. 가장 먼저 원톱을 투톱으로 바꿨다. 9번 안드레 히베이루가 중앙으로 이동해 18번 고메스와 함께 썼다. 그리고 후반 4분 ‘센터백’ 페루를 빼고 ‘미드필더’ 엘데르 페레이라를 투입했다. 페루의 자리는 수비형 미드필더 14번 플로렌티누가 내려와 메웠다. 3곳을 수정하면서 포메이션은 4-3-3에서 4-2-4로 전환됐다. 극단적인 공격 전술이었다. 투톱과 함께 좌우 날개가 측면으로 넓게 섰다. 동시에 공을 소유했을 때는 풀백까지 전진하면 2-4-4 포메이션이 되기도 했다.

원톱이 투톱이 되면서 이란 센터백 두 명은 더 바빠졌다. 이는 풀백 중 한 명이 센터백을 도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풀백도 측면으로 넓게 선 포르투갈 윙어(7번과 11번)에게 시선이 빼앗겼다. 이 뿐만이 아니다. 페이시 감독은 이란 역습의 시발점인 날개를 묶기 위해 전반보다 풀백을 더 높이 전진시켰다. 일종의 숫자 싸움이었다.

페이시 감독의 모험은 적중했다. 포르투갈이 공격 숫자를 늘리면서 이란은 수비적으로 더 수세에 몰렸다. 역습을 맡았던 9번 메흐디카니와 8번 쇼자에이도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상대 진영까지 가야 하는 거리가 늘어났고, 역습의 속도가 느려졌다. 페이시 감독은 “승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공격적인 전술이 필요했다. 준비를 잘 했고, 이것이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 총평 : 측면은 강하지만, 중앙은 느리다

포르투갈은 측면이 강했다. 윙어의 공간침투가 위협적이고, 풀백도 공격 가담도 뛰어나다. 사이드를 강화한 2-4-4 포메이션이 가능했던 이유다.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도 높다. 9번 안드레 히베이루는 원톱과 윙어를 모두 소화할 수 있고, 14번 수비형 미드필더 플로렌티누는 센터백까지 가능하다. 여기에 11번 엘데르와 15번 달로트는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할 만큼, 공수 능력을 동시에 보유했다. 페이시 감독이 자신있게 과감한 전술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센터백의 발이 느리다. 4번 페루(191cm)와 13번 페르난데스(194cm)는 키가 크지만 스피드에 약점이 있다. 이란의 단신 공격수 자파리의 뒷공간 침투에 자주 공간을 내줬다. 한국에선 스피드가 뛰어난 이승우가 노려볼 만한 위치다. 이승우는 기니, 아르헨티나를 환상적인 드리블을 선보이며 2골을 뽑아냈다. 포르투갈 센터백을 공략한다면 충분히 득점이 가능하다.

[사진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대한축구협회,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