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피터팬 컴플렉스와 장기하, 한강에서 사랑을 외치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얼른 일루 와. 이렇게 안고 있으면 미친 듯이 좋은데."

난지 한강공원에서 열린 '그린플러그드 2017'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피터팬 컴플렉스'와 '장기하와 얼굴들'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피터팬 컴플렉스의 '너는 나에게'와 장기하와 얼굴들의 '그러게 왜 그랬어'였다.

'너는 나에게'는 2006년 발표한 피터팬 컴플렉스의 대표곡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하늘의 천사'나 '흰 장미'보다 아름답다는 찬사의 노래다. 보컬 전지한은 노랫말을 괜스레 남사스러워하더니 잘 부르지 않는 곡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보고 울었다는 드라마 '도깨비'의 명대사를 언급하며 "노래 가사가 처절하고 찌질해도 멜로디와 화음이 분위기를 만들어내 가사를 감싸는 것 같다"며 "마치 드라마의 스토리텔링이 화음과 화성 같더라"고 했다. 아무리 남사스러운 대사나 가사도 노래와 이야기의 전개에 녹아 들면 전혀 다른 감정을 준다는 의미였다.

'그러게 왜 그랬어'는 지난해 낸 장기하와 얼굴들 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에 실린 곡이다. 처절하게 부르짖는 '너는 나에게'와 달리, 장기하 특유의 툭툭 내뱉는 창법이 극대화된 노래다.

가사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티격태격하다 "얼른 일루 와"란 말로 화해하려는 연인의 소소한 사랑이 담겼다. 무심한 장기하의 표정을 눈 앞에서 보고 있노라면 노래가 그의 이야기 같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같아진다.

야외 음악 페스티벌은 매력적이다. 그 장소가 한강 둔치든 잠실종합운동장이든 낯선 이들과 뒤엉켜 바람을 맞으며 노래 듣고 춤출 수 있는 날은 평생토록 흔치 않기 때문이다. 전지한의 말처럼 같은 노래라도 바람과 사람과 석양과 춤이 어우러지니 전혀 다른 감동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너는 나에게'와 '그러게 왜 그랬어'를 다시 들었다. 몸에는 난지 한강공원의 바람과 춤의 여운이 여전히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장기하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아 웃음이 났다.

"비는 또 왜 맞았어. 너 지금 무슨 드라마 찍어."

[사진 = PRM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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