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우승 청부사' 무리뉴의 실리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 감독은 축구계의 대표적인 실리주의자다. 어떻게 경기를 하느냐보다 어떻게든 이기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그가 포르투,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등을 거치며 수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비결이다.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전술적으로 특이점을 찾기 어려웠다. 양 팀 모두 4-3-3 포메이션을 사용했고, 상대가 놀랄 만 한 깜짝 전략도 없었다. 다만, 아약스가 경기를 지배하려 했고, 그에 반해 맨유는 수비에 무게를 두며 상대의 약점을 공략했다는 점이 주목할 특징이었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든 건, 선수들의 경험과 감독의 노하우였다.

평균 연령 22세의 아약스는 높은 볼 점유율을 선보였다. 맨유를 상대로 69%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패스 성공률도 86%에 달했다. 하지만 어택킹 서드(경기장을 1/3으로 나눴을 때 상대 수비지역)에서의 패스 정확도가 떨어졌다.

아약스 피터 보츠 감독은 “맨유 같이 수비가 견고한 팀을 상대로 선제골을 내주면 어려운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전반에 실점했고, 후반 시작과 함께 두 번째 골을 내줬다. 두 골 모두 굴절되며 들어가 예측이 어려웠다. 이러면 이기기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무리뉴 감독은 철저하게 실리 축구를 구사했다. 점유율을 내줬지만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공중을 지배했다. 굳이 패스를 통해 전진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에겐 194cm의 마루앙 펠라이니가 있었고, 한 번에 상대 진영으로 향하는 패스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기록이 말해준다. 맨유는 공중볼 경합에서 38%대62%로 아약스를 압도했다. 그 중 펠라이니는 15번이나 공중볼을 따냈다. 무리뉴는 “공중을 지배할 수 있다면 그것을 이용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강점을 잘 알고 있었고, 상대의 약점을 공략했다”고 말했다.

헨리크 미키타리안의 쐐기골도 공중을 지배한 결과였다. 세르히오 로메로의 롱킥이 펠라이니를 향했고, 이것을 따낸 뒤 코너킥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어진 세트피스에서 스몰링이 공을 머리에 맞췄고 문전에 있던 미키타리안이 감각적인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단순하지만, 아약스의 약점을 파고든 강력한 전술이었다. 펠라이니를 향한 롱볼로 아약스 수비 지역에 접근했고 코너킥을 얻었다. 또 코너킥에선 스몰링과 펠라이니가 아약스 수비 3명을 이겨내고 기회를 만들었다. 무리뉴 감독의 작전이 완벽히 들어맞은 순간이다.

수비적으로도 맨유는 아약스의 공격을 완벽히 차단했다.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하는 안데르 에레라를 4-1-4-1의 홀딩 미드필더로 기용해 하킴 지예흐, 데이비 클라센으로 구성된 아약스 공격형 미드필더의 침투를 끊어 냈다. 또한 오른발잡이 마테오 다르미안을 왼쪽 풀백에 세워 왼발잡이 윙어 트라오레의 컷인 플레이를 견제했다.

무리뉴는 이번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UEFA 주관 대회 결승에서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승률 100% 감독이 됐다. 포르투에서 2003년(유로파리그), 2004년(챔피언스리그)를 연달아 제패했고, 2010년에는 인터밀란을 이끌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꺾었다.

그 중심에는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상대 약점을 노린 실리 축구가 있다. 쉬운 것 같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우승 청부사’ 무리뉴 감독이기에 가능한 전략이고, 그의 축구 철학을 가장 잘 표현한 운영 방식이기도 하다.

[사진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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