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버나디나 상승세, 뚝심과 변화의 결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뚝심과 변화가 통하기 시작했다.

KIA 로저 버나디나는 12일 인천 SK전 무안타로 타율 0.234까지 내려갔다. 4월 중순에 서서히 KBO리그에 적응하면서 애버리지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좋은 리듬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사이클이 뚝 떨어졌다. 4월 29일 광주 NC전 주루 도중 허벅지 통증을 호소한 이후 몇 경기 제대로 출전하지 못한 것도 악재였다.

최근 버나디나는 다시 타격 사이클을 끌어올리고 있다. 22일 대전 한화전 2안타로 타율 0.272. 13일 인천 SK전부터 8경기 연속안타에 6경기서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홈런 3개에 3루타 1개, 2루타 2개 등 크게 기대하지 않은 장타도 터졌다.

시즌 초반 버나디나는 유인구 승부가 즐비한 KBO리그 투수들의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진 것도 악재였다. 더구나 버나디나는 외국인타자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부담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치다.

경기 중 타석에 가장 많이 들어서는 톱타자가 하위타선과 상위타선 사이에서 흐름을 잇지 못했다. 도루 능력을 인정 받았지만, 출루를 많이 하지 못했다. 수비력으로도 어필했다. 하지만, 상대가 느끼는 데미지는 크지 않았다.

그래도 김기태 감독은 버나디나를 꾸준히 톱타자로 기용했다. 부진이 깊어지자 타순을 7번으로 잠시 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16일 광주 LG전부터 다시 버다디나를 꾸준히 톱타자로 내보낸다. "하위타순으로 내려간다고 해도 잘 친다는 보장이 없고, 상위타순에서 못 치는 법도 없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 뚝심은 통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버나디나가 다시 톱타자로 뛰면서 사이클이 올라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버나디나의 상승세를 설명할 수는 없다. 꾸준히 변화를 추구했다. 버나디나는 17일 광주 LG전 직후 "어프로치에 대한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투수들은 같은 공을 여러 차례 던지지 않는다. 노림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라고 했다.

버나디나가 말한 어프로치는 투구에 대한 컨택과 좋은 컨택을 위한 밸런스 등을 포함한다. 최근 박흥식 타격코치는 "공을 때려야 하는데 문지르는 느낌이 있었다. 공을 정확하게 때리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좋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유인구에 지속적으로 속거나 범타로 물러나면서 상, 하체 밸런스가 무너진 채로 공을 따라다니다 정확한 타격이 되지 못했다는 뜻. 박 코치는 "타격포인트가 뒤에서 형성됐다. 좀 더 앞으로 나가야 칠 수 있다"라고 했다. 홈플레이트에서 투구 궤적이 변화하기 전에 정확히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

심리적인 안정감도 끌어올렸다. 박 코치는 "항상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뒤에 좋은 타자들이 있으니까 출루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동안 부담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버나디나가 사령탑의 믿음과 기술적인 변화 속에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그라운드에 떨어지는 타구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장타도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다시 타격사이클이 떨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버나디나도 KBO리그 생존을 위한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해나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버나디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