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경기보다 난잡했던 ‘김성근 사퇴 수용’ 발표 과정

[마이데일리 = 대전 최창환 기자] 경기 내용보다 더 난잡했다. 한화가 공식적으로 “김성근 감독의 사의 표명을 수용하겠다”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는 과정이 꼭 그랬다.

김성근 감독이 공식적으로 한화 이글스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한화는 KIA 타이거즈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가 열렸던 지난 23일 김성근 감독과의 결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2014년 12월 한 배를 탔던 한화와 김성근 감독이 31개월 만에 관계를 정리하는 순간이었다.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껄끄러운 관계가 계속된다면, 구단과 감독이 인연을 마무리하는 건 어느 프로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한화와 김성근 감독은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한화는 이날 17피안타를 범했고, 경기를 치르는 과정서 악송구와 폭투까지 겹쳐 8-13으로 패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의 거취와 관련된 공식 발표는 이날 열린 KIA전 경기내용보다 더 난잡했다. 한화가 김성근 감독과의 관계를 정리한 23일 대전에서는 한편의 ‘아침 드라마’가 전개됐다.

오후 2시 30분경 특정매체가 보도한 ‘김성근 감독 경질’이라는 내용의 기사로 ‘아침 드라마’는 막을 올렸다. 구단 관계자 역시 기사를 확인하기 전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사안이었다.

한화가 공식입장을 정리하는 데에는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김성근 감독이 23일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1일 홈경기(삼성전) 종료 후 구단과 코칭스태프 측에도 이와 같은 의사를 전한 바 있다. 구단은 현재 감독의 사의표명에 대한 수용 여부를 협의 중이다.” 최초 보도 이후 약 30분 만에 나온 한화의 첫 번째 공식 입장이었다.

동전의 앞뒤처럼 전혀 다른 입장이었다. 최초 보도한 매체에 따르면, 김성근 감독은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화는 “김성근 감독이 먼저 사의를 표명했다”라며 평행선을 달렸다.

한화의 2번째 공식 입장은 이후 약 2시간 30분 뒤인 오후 5시 40분경 전해졌다. “ 김성근 감독의 사의 표명 후 구단 내부에서 이 부분에 대해 검토하는 단계에 특정매체가 ‘전격 경질’이라는 기사를 최초 보도했다, 현재 김성근 감독은 그룹 관계자와 대전 모처에서 사퇴와 관련해 협의 중이다.” 한화의 2번째 입장 발표였다.

한화 측에 따르면, 김성근 감독은 지난 2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서 7-8로 패한 후 구단 관계자와 마찰을 빚었다. 김성근 감독은 당시 1군에 정식 등록되지 않은 김주현(내야수), 박준혁(외야수)의 야간 타격훈련을 진행하고자 했다. 하지만 운영팀장이 감독실을 찾아가 이에 대해 우려의 뜻을 전했고, 김성근 감독은 바로 “내일(22일)부터 나오지 않겠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했다.

이후 상황은 더욱 난잡했다. 김성근 감독과 한화 그룹 관계자는 사퇴와 관련해 협의 중으로 알려졌는데, 이날 최종 발표는 없단다. 한화 측은 이날 오후 9시 30분경 “김성근 감독의 거취에 대해선 24일에 최대한 빨리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의 입장은 15분 만에 또 바뀌었다. 이날 오후 9시 45분경. “김성근 감독의 사의 표명을 수용하기로 했다. 또한 이상군 투수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라는 게 한화가 이날 내놓은 최종 발표였다.

15분 사이 김성근 감독에 대한 거취가 최종 결정된 걸까. 그렇다면 “김성근 감독의 거취에 대해선 24일에 최대한 빨리 발표할 것”라는 한화의 발표는 성급했고, 구단 스스로 업무처리 능력과 소통에 먹칠을 한 셈이었다.

난잡했던 최종 결과 발표 과정을 거쳐 한화와 김성근 감독의 인연은 마무리가 됐다. 한화는 “시즌 도중 감독 부재 상황이 벌어진 만큼, 우선 팀이 어느 정도 정상화될 때까지 대행 체제로 선수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조속한 팀 분위기 수습과 함께 구단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성근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게 된 이상군 감독대행은 24일 입장 및 청사진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김성근 감독(상), 한화 선수들(중), 이상군 감독대행(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