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표명' 김성근-한화, 파란만장했던 시간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파란만장했던 시간이었다.

결국 이별의 시간이 온 것인가. 한화 이글스는 23일 "김성근 감독이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라면서 "김성근 감독은 지난 21일 삼성과의 홈 경기를 마치고 구단과 코칭스태프 측에 사의를 표명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한화는 올 시즌 18승 25패로 9위에 머무르고 있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세 번째 시즌을 맞았지만 아직까지 '가을야구'란 숙원을 풀지 못했다.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던 시간이었다. 한화는 2007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에 거듭 실패, 2014년 겨울 '야신'으로 불린 김 감독을 전격 영입했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화 팬들은 "김성근 감독을 모셔오라"고 요구했고 어느 팬은 '1인 시위'까지 하며 김 감독 영입을 촉구했다.

그리고 한화는 2015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면서 반전의 주인공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144경기 체제에도 불구, 매 경기 총력전을 일삼으며 주축 선수들이 무리한 출전을 감행해야 했고 시즌 중에도 특별타격훈련을 멈추지 않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국 한화는 2015시즌을 6위로 마감했다. 하지만 작년에도 한화는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이번에는 개막부터 총력전을 벌였지만 낭떠러지도 떨어지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김 감독은 시즌 중 건강 문제로 입원하면서 잠시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김 감독의 거취가 화두에 올랐지만 한화는 김 감독과의 동행을 결정했다. 그러는 사이 감독 출신인 박종훈 단장이 취임했고 1~2군을 가리지 않고 전권을 행사하던 김 감독의 권한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화는 김 감독 부임 후 배영수, 권혁, 송은범, 심수창, 정우람 등 FA 선수들 영입에 적극적이었고 올 시즌만 봐도 알렉시 오간도,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등 특급 외국인투수들을 영입하면서 전력보강에 적극적이었다. 여기에 구조적인 변화까지 감행했으나 성적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결국 한화와 김 감독의 파란만장했던 시간은 비극으로 마무리될 듯 하다. OB, 태평양, 삼성, LG, SK 등을 맡으며 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상위권으로 올리고 SK의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을 이끌며 명장으로 칭송받던 김 감독의 지도자 인생도 이대로 마감될지도 모른다.

[김성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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