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진의 틈] '역적' 이하늬의 장녹수, 클래스가 달랐다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장녹수는 준비된 이하늬를 위한 '맞춤옷'이었다.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 진창규)에서 녹수로 열연한 이하늬가 최적의 캐스팅이라는 찬사를 남겼다. 장녹수의 재해석이 시도된 가운데, 다층적 서사는 이하늬의 열연과 재능으로 힘이 붙었다.

기생으로 겪은 천대와 처절하면서도 애달픈 사연이 이하늬를 통해 섬세하게 그려지자, 운명을 개척해 힘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었던 장녹수의 욕망이 설득력을 얻었다. 경국지색으로만 고정됐던 녹수를 연산군 시대 예인으로 그린 시도도 신선했다.

'예인 출신 배우' 이하늬의 실력 발휘가 당초 시청자들의 큰 관심사였다. "뭐가 달라도 다른 장녹수를 보여드리겠다"라던 이하늬는 판소리, 장구춤, 승무 등을 수려한 실력으로 과시했다. 두고두고 회자 될만한 명장면도 여럿 나왔다.

특히 이하늬는 승무의 미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호흡도 연습했다. 한 장면을 위해 다섯 시간이 넘게 촬영했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이하늬의 열연 덕에 시청자는 새로운 타입의 장녹수에 빠질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부디 담대하소서."

파국을 맞은 연산(김지석)을 위한 마지막 연회를 지시하며 담담히 읊조리던 말투와 공허한 눈동자, 툭 떨궈낸 눈물이 이하늬의 물오른 연기력을 증명했다.

다재다능한 이하늬는 활동 범위가 넓은 편이다. 배우로서도 많은 작품을 거쳤지만, 마땅한 필모그래피를 내세우지 못한 아쉬움은 컸다. 물음표에서 시작한 장녹수는 이하늬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냈다. '재발견'이라는 단어가 묘하게 와 닿는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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