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자체발광 오피스', '미생'과는 달랐던 직장드라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미생'과는 톤 자체가 많이 다를 것이다"는 제작진의 공언대로 그려진 드라마였다.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극본 정회현 연출 정지인 박상훈)가 4일 종영했다. 제작발표회에서 정지인 PD는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과의 비교에 "힘든 직장 생활이지만, 직장을 좀 더 따뜻하고 편한 공간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정 PD의 바람 그대로였다. 은호원(고아성), 도기택(이동휘), 장강호(호야) 등 각기 다른 인생의 세 비정규직을 조명했으나 결코 무겁거나 어둡게 그리진 않았기 때문이다. 세 사람 모두에게 '꿈'과 '사랑'이라는 원동력을 심어주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들을 응원하게 했다.

비록 '자체발광 오피스'가 비춘 직장생활 풍경이 다소 과장되고 이따금 현실과 동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갑'을 향한 '을' 호원의 반발을 통해 시청자들이 일순간 현실에서 겪어보지 못한 통쾌함과 대리만족을 느꼈다면, 그것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는 TV 드라마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미생'이 장그래(임시완)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직장 생활을 생생하게 묘사해 현실 속 직장인들의 공감을 자아냈다면, '자체발광 오피스'는 판타지적인 이야기로 도리어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만든 셈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힘든 직장생활의 기쁨과 행복을 다양하게 담아내지 못한 채 사랑만 주로 부각하는 데 그쳤다. 서우진 부장과 은호원의 러브스토리가 비중을 늘리고, 도기택, 장강호에게도 러브라인을 심어주는 등 손쉬운 전개를 택했고, 결국 '비정규직이 회사에서 사랑하는 드라마'처럼 느껴지게 한 측면이 있다.

배우들 중에선 자신이 가진 캐릭터의 폭을 한 단계 넓히는 데 이번에도 성공한 이동휘와 아이돌 가수 출신에 대한 선입견을 차근히 무너뜨리고 있는 호야의 존재감이 인상적이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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