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손님3까지 빛났다"…'백상', ★ 눈물로 쓴 감동 드라마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제53회 백상예술대상이 한 편의 감동 드라마를 썼다. 배우들의 진정성 담긴 뜨거운 눈물로 180분을 채웠다.

3일 오후 서울 코엑스 D홀에서는 제53회 백상예술대상이 배우 박중훈, 가수 겸 배우 수지의 진행 아래 열렸다.

시상식이 별들의 잔치라고 하지만 올해 백상예술대상은 특히나 찬란하게 빛났다.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라는 말처럼 이날 만큼은 톱스타, 단역배우 그 구분이 무의미하게 모두 반짝거렸기 때문.

'연기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달려온 배우 본연의 모습이 조명됐기에 가능했다. 공유는 '도깨비'로 국내외에서 신드롬을 일으켰음에도 여전히 치열하게 고민을 하고, 故 김영애는 반평생을 넘게 활동했음에도 식지 않는 연기 열정을 자랑했고, 올해로 데뷔 21년 차인 '아가씨'의 손님3 한창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모였기에 흐르는 울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바다'를 이뤘다.

배우들의 진심이 고스란히 안방극장에 전해지며 수상 결과, 레드카펫, 거창한 수상소감, 인기 아이돌 그룹의 축하무대가 궁금하지 않았던 시상식이었다.

◆ 라미란·박신혜 "故 김영애 선생님, 잊지 않을 것"

이날 라미란과 박신혜는 故 김영애의 공로상 시상자로 나섰다. 이들은 시상을 하며 고인의 생전 모습을 추억했다.

라미란은 "김영애 선생님은 투병 중에도 연기를 위해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병마와 싸우셨다"면서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다. 크고 단단한 나무 같던 김영애 선생님, 우리에게 보여주신 불꽃 같은 연기 정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신혜는 "저는 현장에서 선생님을 할머니라고 불렀다. 내겐 어려운 대선배님이라기보다 손잡아 이끌어주는 가족 같은 분이셨다"라며 "내 시선에서 바라본 선생님은 배우들에게 긍지를 갖게 하는 배우셨다. 선생님이 남겨준 그 메시지를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고 얘기했다.

두 사람은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고,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시상식에 자리한 많은 배우들 역시 눈물을 보였다. 고인의 유작인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호흡을 맞춘 이세영은 폭풍 눈물을 쏟았다.

김혜수도 고인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이후 그는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제가 당시 다리를 다쳐서 선생님 떠나시는 길에 인사를 못 드렸다.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말씀을 들으니 울컥했다"고 말했다.

◆ 단역배우 33人 '꿈을 꾼다'

공로상 이후 배우들의 공감을 자극하는 축하무대가 이어지며 시상식은 눈물바다가 됐다. 비록 작품에서 주목받지 못하지만, 꼭 필요한 존재로 힘써주는 무명 배우들을 비추는 뜻깊은 무대였다. '럭키' '아가씨' '또 오해영' 등에서 손님3, 간호사2, 피자 배달원이라는 이름도 없는 작은 배역으로 열연을 펼쳤던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서영은의 '꿈을 꾼다'를 합창했다.

여기에 이들이 '배우란?' 질문에 답하는 영상이 흘렀다. '누군가에겐 가장 듣고 싶은 말', '제일 가슴 뛰는 순간', '꿈이다' 등의 답변을 밝히며 뭉클함을 자아냈다. 특히 '배우로서 기억해달라'는 한마디가 많은 시청자들을 울렸다.

지켜보는 배우들 역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유해진, 서현진, 천우희, 김혜수 등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이에 대해 김혜수는 "축하무대가 참 좋았다. 너무 감동적이었다"라며 "앉아서 반성을 많이 했다. 정신 차리고 엄살 부리지 말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손예진 역시 "내가 그동안 배부른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유아인은 "오늘 이 자리가 많은 연기하시는 분들에게 큰 힘이 되는 자리였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송강호는 영화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1부에서 감동 무대를 꾸며주셨던 후배 배우분들과 '밀정'에서 부득이하게 편집돼 단 한 장면도 나오지 못한 후배들에게 이 영광을 돌리겠다"고 전했다.

김유정은 "1부에서 배우분들이 꾸미신 축하 무대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좋은 뜻을 얻고 돌아간다"라며 "무언가를 담지 않아도, 그릇 자체만으로 빛이 나는 성실한 사람 그리고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도깨비' 내외의 눈물

공유는 드라마 '도깨비'로 TV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부산행'으로 천만 배우로 등극한 데 이어 '도깨비'로 브라운관까지 접수한 공유.

하지만 그는 인기를 누릴 새 없이 여전히 배우로서 치열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울음을 보이며 그 고민의 무게를 느낄 수 있게 했다.

공유는 "최근 2년 동안 좀비, 도깨비 등 많은 인생을 살았더라. 그래서 요즘 헷갈리고 있다. 나는 누구이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말이다"라며 "이 무겁고 큰 상은 나약해져 있는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주는, 이제 그만 주저하라고 주는 상이라고 생각하고 받겠다. 내 고민들이 훗날 봤을 때 결코 헛된 고민이 아니었기를 희망한다"고 얘기했다.

또한 김고은은 '도깨비' 김은숙 작가의 TV 부문 대상 수상에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훈훈함을 안겼다. 김은숙 작가의 이름이 호명되자 그를 애틋하게 감싸 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쏟기까지 했다.

[사진 = JTBC 화면 캡처]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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