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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고영표의 생애 첫 완봉승은 어떻게 이뤄졌나 [이후광의 챌린지]
17-05-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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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야구에서 한 투수가 한 경기를 끝까지 던지는 동안 상대 팀에게 점수를 주지 않고 이긴 경기.

투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는 완봉승의 사전적 정의다. kt 위즈의 우완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26)도 그랬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그에게 완봉승은 상상 혹은 꿈속에서나 이뤄지는 일이었다. 에이스로 이름을 날리던 동국대 시절에는 체력 관리를 이유로, 프로에 와선 불펜 보직을 맡으며 한 경기를 끝까지 던질 수 없었다. 그러나 선발로 보직을 바꾼 뒤 불과 5경기 만에 그 꿈은 현실이 됐다.

▲ “감독님, 선발투수 도전해보겠습니다!”

화순고-동국대 출신의 고영표는 지난 2015년 프로 데뷔 후 줄곧 불펜투수로만 활약했다. 조범현 전 감독의 믿음 아래 필승조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고영표는 마음 한구석에 늘 선발투수의 꿈을 갖고 있었다. “난 선발투수에 적합하다고 확신했다. 내 공은 중간투수로 1이닝을 막는 것보다 긴 이닝을 던질 때 더 효과적이다. 오히려 롱 릴리프일 때 더욱 좋았다”라는 게 고영표의 마음이었다.

고영표는 김진욱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선발투수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다행히 김 감독은 “사이드암 투수인데도 좌타자에 약하지 않다. 체인지업을 주 무기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정교한 제구력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스프링캠프 및 시범경기에서의 안정적 투구에 힘입어 5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자신이 원했던 일을 하면 자연스레 능률이 오르기 마련. 고영표는 첫술에 배를 불렸다. 선발 데뷔전이었던 4월 6일 홈경기서 디펜딩 챔피언 두산을 상대로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 호투로 승리를 챙긴 것. 고영표의 바람, 김 감독의 안목이 함께 만들어낸 귀중한 첫 선발승이었다.


▲ #위기감 #파워피칭 #임기영

그러나 고영표는 이후 3경기 연속 난조를 보이며 3연패에 빠졌다. 4월 23일 한화전에선 첫 5이닝 소화에 실패했다. 그런 가운데 그가 4월 29일 수원 LG전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팀까지 5연패에 빠져 있던 터. 부담이 클 수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았다. 그는 “어떻게 보면 나는 개인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라고 웃으며 “팀이 5연패였지만 부담은 안 가졌다. 오히려 내가 3연패니까 앞으로 선발에서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그게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고영표의 강점은 정교한 제구력이다. 낮게 깔리는 직구와 체인지업은 좀처럼 장타로 연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3연패 기간 제구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전반적인 리듬이 무너졌다. 김 감독은 고영표에게 “제구에만 신경을 쓰니 리듬이 끊기고 임팩트마저 없다. 힘 있게 던지라”는 조언을 건넸고, 고영표는 초반부터 파워피칭을 선보이며 9이닝을 온전히 책임졌다. 그는 “매 이닝 힘을 아끼지 않고 던졌다. 사실 프로에 와서 제구가 안 되면 통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었다. 결국, 힘을 써도 제구가 되는 건데 난 구속이나 구위를 포기하고 오직 제구에만 신경을 썼었다”라고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더불어, 상대의 예측을 역이용한 부분도 효과가 있었다. 고영표의 주 무기는 체인지업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LG 타선도 체인지업 공략에 신경을 썼을 터. 그러나 고영표는 초반부터 직구 승부를 펼쳤다. “상대 타자보다는 체인지업이 좋으니 포수 리드도, 나도 체인지업 쪽으로만 말려 들어갔다. 이번에는 이미지트레이닝을 통해 나도 볼 배합에 참여했다. 초반에는 직구로 가다 중반부터 커브를 연속적으로 던졌고, 후반에 다시 직구를 구사했다. 결정구는 체인지업었지만 그렇게 많이 던지진 않았다”라고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비결을 설명했다.

고영표는 이와 함께 4월 18일 수원 KIA전이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 경기는 고영표와 임기영 두 사이드암 투수의 선발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고영표는 5⅓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반면, 2년 후배 임기영은 데뷔 첫 완봉승의 감격을 누렸다. 고영표는 “사실 KIA전에서 임기영과 같은 사이드암에 5선발 대결이라 의식을 많이 했다. 그런데 상대 투수는 완봉을 하고 난 일찍 내려오니 씁쓸했다.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승리욕도 생기면서 동기부여가 됐다”고 전했다. 그렇게 고영표의 LG전 9이닝 6피안타 6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완봉승이 완성됐다.

▲ 완봉승, 그 후

고영표는 “항상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던 완봉승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다. 신기하기만 했다”라고 완봉승 직후의 소감을 전했다. 멋진 세리머니를 준비할 법도 했지만 그는 “막상 그 순간이 오니 어떤 세리머니를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얼떨떨하기만 했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고영표 못지않게 가족들도 그의 완봉승을 기뻐했다. 공교롭게도 완봉승을 거둔 다음날(4월 30일)이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고영표는 “축하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너무 좋아서 잠을 하나도 못 잤다”라며 “4월 30일이 부모님 결혼기념일인데 좋은 선물 해드린 거 같아 뿌듯하다. 나보다 더 긴장하고 경기를 지켜보시는 분들이다”라며 흐뭇해했다.


더불어, KIA에 있는 형 고장혁(개명 전 고영우)도 “대박이다”라는 축하 인사를 건넸다. 고장혁은 4월 29일 광주에서 NC와 경기를 치르던 도중 전광판에 뜬 타 구장 소식을 통해 kt가 6-0으로 이기고 있는 걸 확인했다. 당시에는 동생 영표가 단순히 잘 던졌다고 생각했지만 경기 후 완봉승 소식을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고영표의 다음 등판은 어린이날 대전 한화전이 유력하다. 일반적으로 완봉승 다음 경기는 체력 저하 및 밸런스 붕괴로 인해 종종 난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고영표는 “기대치가 높아졌겠죠?”라고 웃으며 “3연패 기간을 되돌아보니 처음에 1승 때문에 나태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4월 29일)까지만 그런 완봉의 기쁨을 누리고, 이제부터는 또 새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해보려고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고영표. 사진 = 마이데일리 DB, kt 위즈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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