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파운더’, 맥도날드 제국의 빛과 그림자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파운더’는 ‘소셜 네트워크’의 맥도날드 버전이다. 마크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가 페이스북으로 전 세계 5억명을 친구로 만드는 동안 정작 주변의 친구들을 잃었듯이,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 역시 야망을 실현하다 아내(로라 던)를 떠나고 맥도날드 형제와의 약속을 어긴다. 이 영화는 성공의 바벨탑을 쌓기 위해서는 타인의 행복과 꿈을 무시해야하는 자본주의의 냉정한 현실을 리얼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1954년, 52세의 평범한 세일즈맨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은 밀크셰이크 믹서기를 팔다가 캘리포니아에서 오픈한 ‘맥도날드’ 식당을 발견한다. 주문한지 30초만에 햄버거가 나오는 스피디 시스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엄청난 인파, 강렬한 이미지의 황금마치 디자인에 매료된 레이 크록은 설립자 맥도날드 형제를 찾아가 프렌차이즈를 제안한다. 지점을 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는 형제(존 캐럴 린치, 닉 오퍼맨)는 엄격한 관리를 조건으로 승낙하지만, 레이 크록은 그들의 통제권을 한 두 번씩 벗어나더니 급기야 새로운 회사를 차린다.

‘파운더’는 50대의 평범한 세일즈맨이 어떻게 ‘햄버거 제국’을 건설했는지를 보여주는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적인 스토리처럼 보인다. 능력 보다는 끈기로 버텨 50대의 나이에도 보란 듯이 성공할 수 있다는 달콤한 환상. 그러나 누군가 샴페인을 터뜨릴 때, 누군가는 버림을 받고 병을 앓는다.

역사는 승자만 기억한다. 오늘날 맥도날드가 대공황 여파로 곤궁해진 형제가 피와 땀을 흘리며 구축한 스피디 시스템으로 만든 햄버거라는 사실을 누가 알겠는가. ‘파운더’는 레이 크록의 입장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성공 신화겠지만, 맥도날드 형제의 입장에서 보면 소름끼치는 탐욕의 영화가 된다.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 간판을 보는 순간, 반드시 가져야겠다는 야망에 불타올랐다. 그 전까지 따분한 공급과 수요 법칙만 떠들며 밀크셰이크 기계를 팔던 세일즈맨은 순식간에 성공의 열망에 휩싸인다.

자본주의는 안주 보다는 성공을, 만족 보다는 욕망을 부채질하는 시스템이다. 그가 현실의 행복을 지키자는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하는 순간, 카메라는 두 사람 사이의 거리만큼 떨어진 곳에서 쓸쓸하게 지켜본다.

레이 크록과 맥도날드 형제와의 구두계약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이 자막으로 흐를 무렵, 관객은 묻게 된다.

누가 진정한 ‘파운더(설립자)’인가.

여기에 명확한 해답은 없다. 레이 크록과 맥도날드 형제, 그리고 레이 크록과 부인 사이에 자본주의의 심연이 놓여있다.

[사진 제공 = 크리픽쳐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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