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윙어는 왜 윙백이 되고 있나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손흥민의 ‘윙백 변신’은 치명적인 태클 실수와 토트넘 홋스퍼의 패배로 ‘실패한 전술’이 됐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손흥민의 ‘어리석은 태클’을 지적했고, 국내 축구 팬들은 톱 클래스 ‘윙어(winger)’를 백스리(back three)의 ‘윙백(wing back)’에 세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비판했다.

그러나 누구의 잘못을 따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스리백 전술이 늘어나면서 윙백이 되고 있는 윙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난 주말 런던 연고의 세 팀(첼시, 토트넘, 아스널)은 모두 스리백과 함께 ‘윙어’를 ‘윙백’에 배치했다. 첼시에선 빅터 모지스가, 토트넘에선 손흥민이, 아스널에선 옥슬레이드 챔벌레인이 윙백에 자리했다. 변칙적인 스리백으로 첼시를 잡은 주제 무리뉴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윙어 출신인 안토니오 발렌시와 애슐리 영이 윙백을 맡았다. 과거에는 공격적인 수비수를 윙백에 배치했다면, 이제는 아예 윙어를 윙백에 세우고 있다.

이처럼 윙어가 윙백이 되고 있는 현상은 오랜 기간 세계적으로 유행한 4-2-3-1(혹은 4-3-3) 전술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4줄 포메이션인 4-2-3-1이 유럽 빅클럽들의 주요 시스템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윙어 혹은 윙포워드’가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는 동시에 스트라이커(호나우두, 루드 판 니스텔루이)와 플레이메이커(지네딘 지단)에게 쏟아지던 플래시가 윙어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했다.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아르연 로번, 프랑크 리베리, 알렉시스 산체스 등이 ‘윙포워드’ 시대를 연 장본인들이다.

하지만 최근 스리백이 재탄생하면서 감독들은 기존의 윙어를 어디에 세워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중앙에 2명의 미드필더를 세우는 3-4-3 포메이션은 3명을 배치하는 4-3-3과의 중원 싸움에서 수적 열세에 놓이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스리백이 쇠퇴한 이유 중 하나였다.

첼시의 안토니오 콩테 감독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윙포워드를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이동시켜 ‘10.5번’ 역할을 맡겼다. 11번(윙어)과 10번(플레이메이커)을 동시에 수행해 중원 싸움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동시에 원톱이 고립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변화였다. 그리고 와이드한 움직임을 보완하기 위해 ‘윙어’인 모지스를 ‘윙백’에 세워 측면 공격을 강화했다.

문제는 4-2-3-1에서 늘어난 윙어다. 첼시가 유행시킨 3-4-3에서 윙어는 날개인 동시에 미드필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 아자르는 10번으로 뛴 경험이 있고 바르셀로나 출신 페드로는 패스에도 능하다.

그러나 아스널과 토트넘은 다르다. 전형적인 10번(메수트 외질과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보유하고 있는 두 팀에선 윙어의 희생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아르센 벵거가 스리백을 위해 메수트 외질을 제외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포체티노가 델리 알리와 에릭센을 빼는 것도 마찬가지다. 현재 스리백에선 전문 윙어보다 다재다능한 10번이 더 어울린다.

최근 스리백으로 깜짝 변신한 벵거 감독도 3-4-2-1 포메이션의 ‘2’의 자리에 산체스와 외질을 세웠다. 하지만 그로인해 측면이 익숙한 시오 월콧과 챔벌레인이 경쟁에서 밀려났다. 결국 벵거는 월콧을 벤치에 앉히고, 활동량이 더 좋은 챔벌레인을 윙백 자리에 배치했다.

토트넘의 고민도 비슷했다. 손흥민이 4-2-3-1에서 4경기 5골을 터트릴 때 궁금했던 점은, 과연, 스리백일 때 누구를 빼고 손흥민을 선발로 넣을지 여부였다. 해리 케인은 토트넘의 상징이고, 알리는 미래다. 에릭센은 포체티노가 가장 사랑하는 플레이메이커다. 그러나 손흥민이 뛰려면 3명 중 한 명이 빠져야 한다.

누구 하나 포기할 수 없었던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손흥민의 윙백 변신이었다. 우스개 소리로 했던 이야기가 현실이 된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땅한 윙백이 부족했던 첼시, 아스널과 달리 토트넘은 벤치에 카일 워커와 벤 데이비스 등 측면 수비 자원이 풍부했다. 굳이 모험을 해서 밸런스를 깰 필요가 없었다. 포체티노를 향한 비판의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든 스리백이 늘어나면서 윙어의 윙백 변신 또한 증가하고 있다. 팀 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줄어든 윙어 티오(TO)와 사이드 강화를 위해 윙백 이동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익숙지 않은 자리에 선 그들의 성공과 실패 역시 반복될 것이다.

[사진 = AFPBBNEWS,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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