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10주년 '쓰릴미' 이창용 "9년 전엔 몰랐던 여유 생겼죠"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쓰릴 미’가 10주년을 맞았다. ‘스타 양성소’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많은 인기 스타를 배출해낸 ‘쓰릴 미’는 10주년을 맞아 역대 출연자들을 한데 모았다. 이 남다른 기념 무대에 뮤지컬배우 이창용이 서있다.

뮤지컬 ‘쓰릴 미’는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단 한 대의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탄탄한 음악과, 심리 게임을 방불케 하는 명확한 갈등 구조가 돋보이는 작품성으로 2007년 초연 이후 마니아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극중 이창용은 네이슨 레오폴드 나 역을 맡았다. 2008년 같은 역으로 첫 주연을 맡았던 그는 9년만에 다시 네이슨으로 무대에 올라 그 때와는 또 다른 나를 표현하고 있다.

“끝내야 되는 시기가 다가오니까 아쉽다”고 운을 뗀 이창용은 “매번 공연이 달라서 재미있다. 더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유난히 아쉬운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번 ‘쓰릴 미’는 매번 다르게 느껴져요. 어떤 상황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거든요. 리차드 역 (송)원근 형이랑 약속하고 가는 부분도 있고 오늘은 진짜 흐르는대로, 본능대로 움직여보자 하고 해서 생동감이 느껴질 때도 있어요. 2인극이라 또 재밌죠. 등, 퇴장이 많으면 사실 더 힘든데 2인극은 집중해서 쭉 갈 수 있으니 좋아요.”

9년 전과 지금의 이창용은 확실히 다르다. 더 성장했고, 연기적으로도 훨씬 깊어졌다. 본인도 ‘쓰릴 미’를 하면서 이 같은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9년 전엔 뭘 잘 모르고 한 것 같아요. 그 땐 정신없이 했죠. 제 세 번째 작품이었고 세 번째 작품에 처음 주인공을 하는 거였거든요. 되게 무서웠어요. 인기 있는 작품이어서 보는 시선들이 무서웠죠. 하지만 지금은 즐길 수 있어요. 그 때는 못 즐겼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여유를 갖게 됐어요. 리차드가 얘기하는 말 한마디에 좋을 때 있고 싫을 때 있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9년이 지난 지금에 느꼈어요.”

같은 작품이지만 9년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느끼니 연기가 더 재밌어졌다. 당시 아쉬웠던 부분을 다시 보완해보자는 생각에 도전한 것도 있으니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시간도 된다.

“9년 전 첫 공연 생각이 난다. 무대에 처음 등장해서 ‘앉을까요’ 대사를 해야 하는데 그 어둠 속에서 너무 무서웠다. 숨고 싶었고 온갖 잡생각이 다 나면서 심장이 쿵쾅거렸다”며 “주인공 데뷔고 첫 공연이라 그랬던 것 같다. 어떻게 공연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털어놨다.

“첫 주연 무대이니 누구나 긴장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그 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최근에 2008년 티켓을 갖고 와서 ‘오랜만에 와주셔서 반갑다’며 사인을 해달라는 분들도 종종 있었는데 정말 반가웠죠. 티켓이 아직도 기억난다. 노란색 티켓이었는데 감회가 새롭죠. 9년이 흐른 지금은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리차드의 톤 하나하나에 반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이번 ‘쓰릴 미’를 통해 처음 만나 페어가 된 송원근과의 호흡도 새롭다. “원근이 형하고는 개인적으로 몰랐는데 오히려 모르는 배우랑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해서 오히려 좋았다”고 밝힌 이창용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서로를 챙겨주며 점점 친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근이 형이 되게 밝아요. 얘기도 많이 하고요. 저도 얘기를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형도 그래서 서서히 친해졌죠. 형이 술을 안 마셔서 같이 술 마시며 얘기할 시간이 없었지만 대신 형이 연습 때 차로 자주 집에 데려다 줬어요. 그럴 때마다 서로 개인적인 얘기도 하고 관심사에 대해 얘기했죠. 형의 노력이 느껴지면서 조금씩 친해졌고 예전에는 어색해서 웃었다면 이젠 진짜 서로가 웃겨서 자꾸 웃음이 나요. 공연 전에도 여러 가지 노선에 대해 얘기해요. 그래서 변수도 많지만 그게 또 재미있죠.”

그렇다면 네이슨이 아닌 리차드 역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이창용은 “리차드는 사실 생각이 안 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리차드가 된 비주얼이 조금 궁금하기도 한데..”, “진짜 살 쫙 빼고 해볼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본적이 없는데,,”라며 생각에 잠기더니 “지금 상상해보니 재미있을 것 같다”며 눈을 반짝였다.

“‘쓰릴 미’는 드라마가 좋아 인기가 있어요. 10년 동안 인기있는 비결이 있죠. 배우들도 하면서 재밌는데 관객들은 얼마나 재밌겠어요. 봤던 작품이고 많이 봐온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공연 끝나고 새로웠다고 할 수 있는 다양한 노선을 두고 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쓰릴 미’를 거쳐온 많은 네이슨, 리차드들이 있는데 10년 동안 인기가 있는 이유가 분명히 있어요.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쓰릴 미’는 진짜 사랑의 끝판왕을 넘는 그 무엇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한편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쓰릴 미’는 오는 5월 28일까지 서울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이창용. 사진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달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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