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 임시완X진구 '원라인', 범죄오락이 지겨운 당신에게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범죄오락물은 충무로에서 가장 흔하디 흔한 장르다. '도둑들', '베테랑', '검사외전', '마스터' 등의 연이은 흥행 성공에 불붙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추세. 이 가운데 관객들의 물림을 달래줄 만한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바로 '원라인'.

물론, '원라인' 역시 범죄오락물의 큰 이야기틀인 사기꾼들의 배신, 갈등과 참회 등의 전개를 따라간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건 '작업 대출'의 세계로 초대했다는 점. 실제 2005년 성행했던 사기 수법을 소재로 다뤄 신선함을 선사한다. 이미 최근 금융사기를 그린 '마스터'를 만났지만, '원라인'은 디테일이 살아 있는 사건 묘사가 전하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양경모 감독이 5년간 공을 들인 덕분. 발품을 팔며 대출 업자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얻은 경험담, 은어들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의 제목은 은행을 상대로 대출 사기를 벌이는 것을 통칭하는 은어이며, 극중 가장 많이 쓰이는 '사이즈가 다르다'는 대사 역시 실제 그들 사이에서 쓰이는 말이다.

특히나 작업 대출업자들만의 개똥철학을 담아 기존 사기꾼 캐릭터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은행을 상대로 사기를 치기에 "서민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범죄자들(결과적으로는 서민만 큰 피해를 입는 사기임에도). 그러면서 평범한 대학생이자 순진한 얼굴의 사기계 샛별 민 대리(임시완), 매너 넘치는 젠틀한 사기 베테랑 장 과장(진구)이 탄생했다.

"자기가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음에도 인지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더라. 작업 대출업자들을 취재할 당시 이 점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왜 그렇게 믿을까 의문이 들었다"는 양경모 감독의 말대로였다.

돈을 쫓는 만큼 묵직한 사회비판적 메시지가 매끄럽게 버무려졌다. 불법 대출에 현혹 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퍽퍽한 현실, 인간의 끝없는 물질욕, '돈 나고 사람 나는 돈 세상'을 꼬집는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 많아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끈다.

하지만 뒷심이 부족하다. 극 초반 휘몰아치는 전개로 혼을 쏙 빼놓지만 신파가 더해지며 말미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진구 분량의 아쉬움은 임시완, 박병은, 이동휘 등 다수의 배우들이 꽉 채웠다. 임시완과 진구 '완구 커플'의 투톱 체제가 예상됐으나 웬걸, 출연진 모두가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임시완과 박종환의 브로맨스, 물오른 악역 박병은, 역할을 위해 몸무게 17kg을 감량한 민 대리 아버지 역의 이석호 등과 더불어 김선영, 박유환, 조우진, 안세하 등의 연기가 일품이다.

[사진 = NEW]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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