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미씽나인' 황당 결말, 이러려고 시청했나 자괴감 든다 (종영①)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혹시 한국판 '로스트'가 되진 않을까 걱정했다. 턱도 없었다.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극본 손황원 연출 최병길)이 9일 종영했다. 실종된 재미나 개연성은 끝내 찾지 못했다. 극본의 탓이다.

곳곳이 허술했다. 무인도 생활의 디테일은커녕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는 과정은 설득력 있게 그리지 못했고, 스타 연예인인 최태호가 살인자라는 설정은 촘촘하게 다루지 못하니 억지스러웠으며, 후반부에 느닷없이 부각시킨 정치 이야기는 혼란만 줬다.

현재와 과거1, 과거2를 수시로 오가는 복잡한 전환에 새로운 시청자들이 유입되기 어려웠고, 느닷없이 등장하는 애드리브는 긴장감을 뚝뚝 떨어뜨렸다. 가장 황당한 건 결말이다. 최태호를 향한 용서와 그의 반성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뜬금없었을 뿐 깊은 주제의식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실종 상태였다.

당초 비행기 추락 사고로 무인도에 고립된 인물들의 이야기라 유명 미국드라마 '로스트'와 비교됐던 '미씽나인'이다. 연출자 최병길 PD가 제작발표회에서 "'로스트'와 전혀 다른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로스트'에 비교한 게 민망할 정도의 허점투성이 드라마였다.

마지막 장면에선 벽에 페인트칠을 한 후 서준오(정경호)와 라봉희(백진희)가 "망했다", "망했네. 어이가 없네. 이럴 줄 알았어. 어떡하지"라고 망연자실하는 대사가 나왔다. 시청자들은 '미씽나인'을 향한 대사 아니냐며 허탈해하고 있다. 끝까지 지켜본 시청자들, 끝까지 연기한 배우들만 고생했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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