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여자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달라졌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오랜만에 만난 여자친구가 갑자기 스타일을 확 바꾸고 나타났을 때, 그 순간 느끼는 감정.

걸그룹 여자친구가 네 번째 미니앨범 '디 어웨이크닝(THE AWAKENING)'을 발표했다. 타이틀곡은 '핑거팁(FINGERTIP)'이다.

기존 '학교 3부작'에서 공통적으로 추구한 아련한 멜로디, 순수함을 강조한 노랫말, 애타게 흘러가는 전개를 '핑거팁'에선 모두 사용하지 않았다.

'탕탕탕 핑거팁!' 단순한 후렴구와 총을 쏘는 포즈의 맞춤형 안무는 소위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단도직입적이고 따라 하기 쉬운 가사와 동작이 직설적으로 표현됐다. 이 역시 전작들에선 사용한 적 없는 전략이다.

아이돌 그룹의 '변화'는 두 가지로 나뉜다. 기존 콘셉트의 부침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면 전환용 선택인 '탈출형 변화', 완숙기 이후 장르의 운용 폭을 넓히기 위한 도전적 선택인 '도약형 변화'다.

일명 '파워청순' 콘셉트로 기대 이상 성공 거둔 여자친구의 '핑거팁'은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단, '도약형 변화'는 변화를 쉽게 따라올 수 있는 충성도 높은 팬들이 충분히 확보됐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충성도 낮은 일반 대중은 낯선 변화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청순'으로 출발했던 선배 걸그룹들의 변화 과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지난 콘셉트를 잊게 할 강렬한 멜로디가 있고, 변하지 않는 초심까지 있다면 새 스타일로도 설득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핑거팁'에서 유지된 여자친구 특유의 난이도 높은 역동적인 안무는 '초심'이다.

여자친구가 인터뷰에서 밝힌 각오도 기억할 만하다. 멤버 엄지는 데뷔 1년여 만에 정상 걸그룹으로 성장했지만 "지금 받고 있는 사랑이 당연하지 않고 다 소중하다"며 "항상 초심의 마음을 잃지 않고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리더 소원은 "좋은 성적이 나오면 좋은데, 바뀐 콘셉트도 '이질감 없이 소화하는구나' 하는 말을 듣고 싶다"며 "성적보다는 '잘하네. 소화력이 좋다'는 말을 듣는 게 목표"라고 했다.

[사진 = 쏘스뮤직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