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②] 최우혁 "'프랑켄슈타인' 주인공 데뷔 센세이션보다…"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MD인터뷰①]에 이어

뮤지컬배우 최우혁은 사실 곱게 생긴 얼굴, 높은 경쟁률을 뚫은 파격 데뷔, 어린 나이에도 작품을 연달아 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오해도 있다. 금수저일 것만 같고 편하게 자랐을 것만 같다는 편견이다. 그런 그에게 ‘뮤지컬 밑바닥에서’의 거친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다.

‘뮤지컬 밑바닥에서’는 하류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통해 삶의 의미를 재조명한 창작 뮤지컬. 극중 최우혁은 밑바닥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청년 페페르 역을 맡았다.

그러나 최우혁은 “원래 나는 밑바닥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웃었다. “집안 사정도 좋지 않았고,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밑바닥이라기보단 평범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중학교 때부터 알바란 알바는 다 해봤어요. 우유배달도 하고 공사장 일도 했죠. 안해본 알바가 없어요. 대학교 다닐 때까지 계속 알바도 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다른 애들처럼 놀 수가 없었어요. 평범하지 않았죠. 그런 환경에서 아버지는 되게 고지식하셔서 이것 저것 시키시는 게 많았어요. 신문도 보게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게 했고, 운동도 잘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권투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주변인들의 시선도 달랐고, 스펙터클하게 컸죠. 그래서 페페르와 싱크로율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스펙터클하다는 표현이 맞았다. 체대를 들어가기 위해 했던 권투를 고3 수험행 시절 한순간에 포기하고 연기로 진로를 바꿨다는 것 역시 남다른 인생의 길이었다. 본인 역시 “내가 내 인생을 말하면서도 거짓말 같다고 한다. 나도 내 인생이 특이해서 거짓말 같을 때가 있다”고 말할 정도다.

“수능 보기 직전에 사촌형이 그냥 잘 할 것 같다면서 연기를 해보라고 했어요. 근데 같은 예체능이라 그런지 학원에 가서 연기를 해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삼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왔는데 사회에 나와보니 제가 했던 건 연기가 아니었어요.(웃음) 너무 쉽게 본거죠. 학교에 있기보다 오디션을 더 빨리 보자는 생각에 ‘프랑켄슈타인’ 앙상블 오디션을 봤는데 덜컥 주인공이 됐어요. 정말 스펙터클하죠. 그 후 인생이 많이 달라졌죠. 생활 패턴도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지고 좋으면서도 신기해요.”

최우혁의 인생이 바뀌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왕용범 연출. 왕연출은 ‘프랑켄슈타인’에서 그를 파격발탁했고, 이번 ‘뮤지컬 밑바닥에서’에서도 그에게 원캐스트 주인공을 맡겼다.

“왕용범 연출님은 제게 정말 신의 존재죠. 손을 내밀어준 동아줄이라고 해야 할까요? 절대 관대한 분이 아니고 좋은 말도 해주지 않으시는데 정말 배우를 멋지게 만들어주는 방법을 정확하게 아세요. 객관적으로 말씀해주시니 더 도움이 되고, 개개인을 정확히 보는 것을 넘어 큰 그림을 보고 계시기 때문에 왕연출님을 따르기만 하면 완성이 되어 있어요. 연출님이 ‘재능이란 남들보다 잘 하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빨리 습득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제게 ‘너는 빨리 될 수 있고 빨리 습득할 수 있다. 너를 못 믿을 땐 나를 믿어’라고 말씀하셨죠. 이러니 믿고 따르지 않을 수가 없어요.”

‘뮤지컬 밑바닥에서’를 함께 하면서도 왕연출은 많은 도움이 됐다. 신인 최우혁이 그저 그런 배우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적당히 채찍질을 하고, 현실을 보게 해줬다.

그는 “사실 ‘뮤지컬 밑바닥에서’에서는 ‘프랑켄슈타인’ 만큼의 충격은 주지 못 할 거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모습은 보여줄 거라 확신한다”며 “캐릭터가 워낙 좋고 작품이 탄탄하기 때문에 더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뮤지컬 밑바닥에서’를 통해 사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고 희망이란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고 싶어요. 참 많은 교훈들이 있는 작품이에요. ‘프랑켄슈타인’으로 데뷔했다는 센세이션보다 ‘뮤지컬 밑바닥에서’ 페페르를 했던 그 배우라는게 더 오래 남을 것 같아요. 나이 들어서도 항상 박수 받고 싶어요. 가벼운 사람이 되고싶지 않죠.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기 위해 저를 더 힘들게 하고 안주하지 않으려 해요. 아직까지는 ‘배우 최우혁’이라는 게 부끄러워요. 배우라는 수식어가 낯간지럽지 않은 배우가 되겠습니다.”

한편 ‘뮤지컬 밑바닥에서’는 9일부터 5월 21까지 학전 블루에서 공연된다.

[뮤지컬배우 최우혁.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