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WBC'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장은상의 클리닝타임]

[마이데일리 = 장은상 기자] 숱한 명승부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었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가 개막을 약 일주일 남겼다. 그 어느 때보다 분열되어 있는 우리 국민의 마음은 이번에도 다시 하나로 묶일 수 있을까.

“지금 같은 시국에 공놀이가 말이 되냐?”

2017 WBC 대표팀의 전지훈련 취재 차 일본 오키나와를 방문했을 때 본 기자가 한 지인에게 들은 말이다.

‘공놀이’ 덕분에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듣기 거북한 말이었다. 그러나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신문과 TV를 통해 접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은 너무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지인의 말이 100% 틀린 것이라고 감히 확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같은 ‘공놀이’도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고 그 지인에게 소개했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스포츠로 국민께 기쁨을 드리고 싶다”

이번 WBC 대회 출전을 그토록 바랐던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시즌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한 말이다. 소속팀의 출전 불가 통보로 대표팀 승선이 최종 불발됐지만 그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 의미가 있었다.

2006년부터 시작된 WBC. 이번 대회로 어느덧 4회 차를 맞이했다.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시간만큼 이 애증의 ‘공놀이’는 우리 곁에서 함께 했다. 그리고 매 대회마다 다른 이유로 우리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해석에는 아직도 이견이 많지만 2006년 당시 스즈키 이치로(플로리다 말린스)의 ‘30년 발언’은 분명 대한민국을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4강서 분패를 당했지만 당시 대표팀은 6승 1패의 성적을 거두며 국제대회 4강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도쿄돔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모습은 아직도 대한민국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이 때의 열기는 프로야구 흥행으로 곧바로 이어졌다. 2000년대 들어 다소 침체됐던 프로야구는 이 때와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열기를 안고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2009년 WBC 대회는 IMF 이후 최악의 국가 경제 위기였던 ‘글로벌 금융 위기’의 충격을 잠시나마 잊게 해줬다. 먹고 살기 어려운 형편 속에도 우리 국민은 타지에서 연일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며 상처를 치유했다.

그 성원 덕분이었을까. 대표팀은 2006년 4강이라는 성적을 뛰어넘어 결승 진출이라는 대업적을 달성했다. 현역 메이저리거 대부분이 불참하는 어려운 전력난 속에서도 이전대회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2013년에는 모두가 함께 슬퍼했다. 1라운드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에 대표팀과 국민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4강, 결승이라는 이전 대회의 성적이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했던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

그리고 4년의 시간이 다시 흘렀다. 대표팀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전진중이다. 괌과 오키나와의 땡볕 아래 이른 몸만들기에 나섰고, 수차례 평가전을 통해 실전감각도 키우고 있다.

대회는 이제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예선 1라운드는 타국이 아닌 우리 땅에서 열린다. 서로 다른 생각으로 극과 극으로 분열되어 있는 지금 이 나라. 어떤 계기로든 정화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이번에 열리는 이 ‘공놀이’가 다시 한 번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작은 촉매 역할을 하길 간절히 바라본다.

[2014 아시안게임 우승 후 마운드에 태극기 꽂는 양현종(첫 번째), 2006년 WBC 한일전 승리 후 기뻐하는 박찬호(두 번째), 2017 WBC 대표팀(세 번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장은상 기자 silverup@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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