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진의 틈] '고등래퍼', 사과는 했지만 여전히 찜찜하다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실력 검증'이 아닌 참가자의 '과거 행적 검증'이 더 주목 받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랩 대항전을 표방한 케이블채널 엠넷 '고등래퍼'는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국회의원 장제원의 아들인 세인트폴 국제학교 1학년 장용준이 준수한 외모와 뛰어난 랩 실력으로 방송 첫 회 만에 화제의 반열에 올랐으나, 네티즌들에 의해 트위터 계정이 발견됐고 각종 비행들이 드러나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장용준은 '고등래퍼'에서 자진 하차 했다. 아버지인 장제원 의원도 당직에서 사퇴했고 SNS까지 폐쇄했다. 제작진도 책임을 통감하고 향후 참가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으로 일반인 참가자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등도 일반인 참가자의 과거 행적이 구설수에 오르며 논란을 야기했지만 때마다 땜질식 미봉책으로 넘어간 결과 악순환이 반복된 것.

대중매체의 집중적 조명을 받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는 출연자의 재능뿐만 아니라 인성, 배경 등까지도 관심을 가진다. 연예인과 유사하게 사생활의 노출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여과장치는 없다. 시간, 인력 등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앞서 참가자 논란을 염려하는 질문에 '고등래퍼' 고익조 CP는 "참가자들의 뒷조사는 하지 않았다. 다만 힙합에 대한 열정과 사랑, 바른 인성을 가진 친구들이 참여했다"고 자신 있게 밝혔다. 결국 제작진의 오판으로 참사가 벌어졌다.

'장용준 논란'은 '성인 래퍼들에게 가려져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고등학생들의 랩 실력에 주목하라'는 '고등래퍼'의 기획의도에 충격을 준 파열구였다. 사과는 했지만 여전히 찜찜하다. 제작진이 공언한 '철저한 관리'가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시작부터 휘청이는 '고등래퍼'를 보며 청소년들의 순수한 힙합 정신이 제대로 빛날 수 있을지, 우려의 마음이 앞선다.

[사진 = 엠넷 방송 화면 캡처, 마이데일리 사진DB]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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