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너의 이름은'과 '초속 5cm', 그 눈물의 차이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대한 관람에 방해되지 않도록 구체적 표현을 자제했음을 양해 바랍니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너의 이름은.'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9년간 이어온 상실의 아픔에 비로소 마침표를 찍었다. '초속 5cm' 같은 긴 기다림이었다.

'초속 5cm'를 처음 보았을 때, 일주일 넘게 후유증에 시달렸다. 첫째는 미처 준비할 틈 없이 소나기처럼 우수수 쏟아진 엔딩 장면이 느긋한 전개로 말랑해졌던 가슴을 가혹하게 내리쳤기 때문이고, 둘째는 첫사랑이 생각나서였다.

'너의 이름은.'은 비정했다. 이별보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첫사랑과 갈라놓은 탓이다. '초속 5cm'의 타카키가 철도길 앞에서 느꼈을 감정의 수억만 배 이상, '너의 이름은.'의 타키는 허망한 풍경 앞에서 마주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카이 마코토는 '너의 이름은.'에 '초속 5cm'에는 없던 '기적'을 밀어 넣었다.

황혼의 기적. '초속 5cm'와 '언어의 정원'에서 남녀의 '사랑'이란 개인적 주제에 국한되었던 신카이 마코토는 '너의 이름은.'에선 우주와 시간이란 더 넓은 차원을 끌어들여 자신의 세계를 확장했다. '사랑'에서 넓어진 그 영역만큼이 바로 '구원'이다.

그리고 메시지는 확고하다. 비록 '구원'을 발발하게 한 '기적'이 혜성과 황혼, 시간과 인연의 끈이 얽히며 이루어졌을지언정 그 주체는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메시지다.

'너의 이름은.'의 엔딩에 '초속 5cm'의 이미지가 중첩되는 것도 주제의 색을 선명하게 드러내려는 의도다. 사라진 사랑을 되찾기 위해 달려간 것도, 사라질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달려간 것도 모두 그들의 의지였다.

영원히 상실되기 전에 지금 당장 달려가라.

'초속 5cm' 엔딩에선 "만약 기적이 일어난다면 지금 바로 너에게 보여주고 싶어"란 노랫말이 흘러나온다. 그 '기적'은 9년 만에 '너의 이름은.'에서 비로소 실현되었다.

[사진 = '너의 이름은', '초속 5cm' 포스터, 스틸]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