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 '더 언더독', 'TV동물농장'이 들춘 유기견 이야기를 더 확장시키다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지난해 SBS 'TV 동물농장'은 많은 사람들이 몰랐던 불편한 진실을 들췄다. 이미 유기견 문제가 사회적으로 커진 가운데 강아지 공장이라는 충격적인 문제를 들춘 것.

당시 'TV 동물농장'은 전국의 수많은 애견샵에서 팔리는 강아지들을 공급하기 위해 이른 바 '강아지 번식 공장'에서 수많은 모견들이 갇힌 채 끊임없이 임신, 출산을 반복하다 결국에 처참하게 버려지는 실태를 다뤄 전국민의 공분을 샀다.

극악무도한 인간들의 악행이 밝혀지면서 다수의 연예인들을 비롯 대중의 꾸준한 관심과 동참이 이어졌다. 이는 뮤지컬 제작에도 힘을 실었다. 'TV 동물농장'을 인상 깊게 본 제작진이 약 4년 간의 대본 작업과 개발을 통해 뮤지컬 '더 언더독'을 무대에 올렸다.

뮤지컬 '더 언더독'은 진돗개와 군견인 셰퍼트를 비롯 강아지 공장의 모견 마르티스 등 각자의 사연을 가진 반려견들이 모여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들의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

자신이 버려진 이유를 찾는 것이 삶의 유일한 목적이 되어버린 진돗개가 극 중 유기견 보호소에서 만난 개들과 함께 새로운 삶을 꿈꾸는 과정을 통해 반려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선사하고 있다.

'더 언더독'은 배우들이 각각 유기견으로 분한다. 주인에게 버려져 투견이 된 진돗개 진, 군견의 삶을 살며 희생정신이 투철하고 충실한 세퍼트,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나 새끼를 낳는 삶만 허락된 마르티스, 사고로 다리를 다쳐 주인에게 버림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미워하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이는 골든리트리버, 트렁크에 넣어져 공항 근처에 버려지지만 주인을 그리워하는 푸들 등을 연기한다.

인간이 아닌 유기견을 연기하지만 유치하거나 이질적이지 않다. 이들이 이미 우리 가까이 살고 있고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만큼 충분히 공감이 된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더 가볍지 않고 묵직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가운데 특히 '더 언더독'으로 뮤지컬에 첫 데뷔한 배우 이태성과 걸그룹 타히티 미소는 첫 뮤지컬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노련한 무대를 선보인다.

'더 언더독'은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유기견 문제를 다뤄 보는 이들을 다소 불편하게 하기도 하지만 이는 곧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기에 더 와닿는다. 못본척 넘어갈 수 없는, 그러나 동물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를 무대로 올려 사명감까지 느껴질 정도.

이들이 단순히 유기견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악행을 고발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음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현실에서도 이미 보았듯이 이들의 이야기는 마냥 밝지 않다. 불편한 진실 속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며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간다. 마냥 해피엔딩을 바랄 수도 없다. 이들의 실태를 고발하고 인간이 이를 연기하며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과정을 그린다.

이는 유기견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동시에 버려진, 인간들의 악행으로 인해 상처 받은 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유기견 이야기에서 인간의 이야기로 확장하기도 한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건드린다. 이 중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유기견 문제를 그대로 고발하는 것은 'TV 동물농장'이 먼저 나섰다. 이후 이야기를 더욱 확장시키는 것은 뮤지컬 '더 언더독'이 맡았다.

분야는 달라도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정보 전달 및 반성, 문제 개선 의지를 갖게 함에 있어선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더 언더독'은 사회적 문제를 무대 위로 올리는 작품의 좋은 예로 남았다.

뮤지컬 '더 언더독'. 공연시간 140분. 오는 2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유니플렉스 1관(대극장).

[사진 = 킹앤아이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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