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최악의 MBC연기대상, 이럴거면 폐지하라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시상식의 권위는 바닥이었다.

30일 열린 2016 MBC 연기대상은 어이없는 촌극이었다. 대상은 인기 투표로 전락했다. 공동 수상은 남발됐다. 수상 기준은 우왕좌왕했다.

예견된 참사였다. MBC는 올해로 3년 째 시청자 투표로 대상을 선정했다. 매년 '인기대상이냐'는 비판이 잇따랐지만 MBC는 아랑곳 않고 올해도 고집 부렸다. 심지어 '쇼! 음악중심'도 순위제를 없애고 실시간 문자 투표를 안 하는 마당에, 연기력을 공정하게 평가해야 할 시상식에서 실시간 투표를 하고 있으니 시청자들이 코웃음 치는 게 당연하다.

MBC는 2년 전 이유리, 지난해 지성이 대상을 받았을 때 후폭풍 적었던 게, 자신들의 결정이 옳았기 때문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그때는 두 사람이 인기뿐 아니라 연기력 역시 타 후보들과 비교해도 대상감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던 덕이다.

올해는 달랐다. 실제로 대상을 받은 이종석뿐 아니라 최우수상의 김소연, 우수상의 서인국, 참석도 않고 상도 못 받은 정보석, 강지환까지 '대상감'으로 언론과 대중에 거론된 이들이 유난히 많았다. 평가도 제각각이었다.

이럴수록 MBC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대상을 선정해, 모든 시청자들을 하나로 납득시켰어야 했다. 그러나 MBC는 '시청자가 뽑은 대상'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워 사실상 대상 선정의 책임을 회피했다.

우스운 건, 대상을 제외한 상들은 자체 기준으로 시상했다는 점이다. 이는 즉, MBC 스스로 자신들이 마련한 기준이 대상을 결정할 만큼은 완벽하지 못하다고 시인한 꼴이다. 대상도 못 정하는 기준인데, 그럼 최우수상, 우수상, 신인상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다른 상들의 권위도 추락이다.

반대로 왜 다른 상들은 시청자 투표로 선정하지 않았는가. 온통 시청자 투표로 인기 줄 세우기해서 선정하고, '시청자가 선택한 최우수상, 우수상, 신인상'이라고 자랑하면 되지 않는가. 참으로 참담하다.

공동 수상 남발도 여전했다. 드라마를 특별기획, 연속극, 미니시리즈로 부문을 쪼개 최우수상 6명, 우수상 6명, 황금연기상 6명씩 공동 수상했다. 수상자만 잔뜩 늘려놓고선, 수상 소감 말할 시간은 부족하니 무대에서 얼른 내려가라고 재촉하는 건 무례의 극치였다.

시상 분류도 황당했다. 대상 후보인 서인국, 진세연은 우수상을 받았다. 만약 두 사람 중 한 명이 시청자 투표 1위를 해서 대상을 받았다면 우수상 수상자가 최우수상 수상자를 제치고 대상을 받는 황당무계한 상황이 나올 뻔했다.

이종석은 대상을 받고 짧은 감사의 인사만 남기고 생애 첫 대상 소감을 마쳤다. 일각에선 짧은 소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다만 MBC가 준 대상이 다른 대상 트로피보다 감동이 덜했던 건 분명하다. 전문가의 권위 있는 기준이 아닌, 누가 봐도 100% 시청자 투표, 즉 인기 제일 많은 후보가 받는 대상이란 것을 만천하가 아는데, 수상자라고 얼마나 자랑스럽고 감격스러울 수 있겠는가.

MBC 연기대상, 이럴 거면 폐지하는 게 낫다.

[사진 = MBC 제공-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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