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결산] 소비패턴에 따른 변화…‘시나우바이나우’부터 ‘액티브시니어’까지

[마이데일리 = 김지은 기자] 패션업계 2016년 소비자의 소비패턴을 반영한 변화를 꾀했다. 컬렉션을 본 직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시 나우 바이 나우(See Now Buy Now) 시스템을 적용한 브랜드가 돋보였다. 또한 개인을 중시하는 생활패턴 변화에 따라 피트니스웨어 라인을 론칭하고,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강화한 브랜드가 다수였다. 뿐만 아니라 성(性)의 구분은 더더욱 모호해졌고, 5060대를 지칭하는 액티브시니어가 새로운 소비자로 떠올랐다.

▲ 시 나우 바이 나우(See Now Buy Now)

가속화되는 소비자의 구매패턴에 따라 패션 기업의 생산 및 판매 시스템이 변화했다. 한 시즌 앞서 컬렉션이 공개되고, 보통 6개월 정도 지난 후 제품이 유통되는 구조를 벗어나 컬렉션을 본 직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버버리는 시 나우 바이 나우 시스템을 적용했고, 마이클 코어스는 레디 투 웨어, 레디 투 고(Ready to Wear, Ready to Go)란 이름으로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른 흐름에 따라 각각 3월과 9월에 공개되던 SS 또는 FW 시즌의 의미가 희미해졌다. 실제 각 브랜드에서는 프리 폴(Pre-Fall)이나 프리 스프링(Pre-Spring)이란 이름으로 불특정 시기에 컬렉션을 공개하고 있다.

대중적인 브랜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에서 대량 생산돼 바이어에게 공개되고, 세계 각지로 유통되던 구조를 벗어나 소비자가 빠르게 제품을 받을 수 있도록 보다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는 구조로 변화했다. 대표적인 예는 아디다스. 아디다스는 로봇을 이용한 자동생산화 시스템으로 24시간 생산을 가능케 했다. 여기에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 및 기술을 반영할 수 있게 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피트니스웨어 강화

탄력 넘치고 건강한 몸매가 인기를 얻으면서 운동하는 여자들이 늘어 피트니스웨어 업계가 강세를 띄었다. 각종 브랜드에서 운동하는 여자를 위해 보다 운동에 특화된 라인을 따로 내놓은 것. 카파는 우먼스 피트니스를, 휠라는 휠라 핏을, 갭은 갭 핏을 론칭했다. 그 외에 마니아층이 두꺼우 언더아머나 영국 피트니스웨어 HPE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뉴발란스는 ‘뉴발란스 우먼’을 론칭하고, 서울 강남역 인근에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했다.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피트니스 웨어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프트니스 트레이너나 요가 강사를 초청해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외국 피트니스 웨어 브랜드를 국내에 론칭한 브랜드도 있다. K2 코리아는 독일 스포츠 브랜드 다이나 핏을 론칭해 피트니스웨어 시장 공략을 알렸다. 관계자는 “앞으로 러닝이나 피트니스, 요가 등 개인스포츠로 관심사가 옮겨갈 것”이라며 “운동에 적합한 기능성 의상을 내세워 2년 내에 마케팅 투자 비용 10배를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 커스터마이징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각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가 늘었다. 두드러진 것은 패치워크다. 각양각색의 패치워크를 원하는 위치에 붙여 하나뿐인 제품을 만들게 해 유니크함과 동시에 재미를 선사했다.

컨버스는 신발 끈, 신발의 모양, 로고 위치, 색깔 등을 본인이 직접 선택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운동화를 만드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구찌는 가방 트리밍을 원하는 소재로 고를 수 있고, 동식물을 모티브로 한 자수문양을 취향에 따라 추가할 수 있게 했다. 마이클코어스는 연말이벤트로 커스터마이징을 택했다. 한정으로 스카우트 카메라 백을 출시하고, 국내에만 6가지 스티커를 선보여 의미를 배가했다.

▲ 젠더리스룩

여성과 남성의 경계가 더욱 더 모호해졌다. 성(性)에 따라 부여된 고정관념을 따르지 않고, 남자와 여자를 초월해 중성성을 표현한 룩이 주를 이뤘다. 소녀와 여성의 특권으로 여겨지던 핑크 룩을 입은 남자들이 늘어 ‘남자는 핑크’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왔으며, 슈트를 입은 여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여러 브랜드에서도 성(性)적 고정관념이 모호한 디자인의 의상을 내놓아 소비자 층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남성복이나 여성복이라는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의상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 남성복 브랜드인 비욘드 클로젯의 고태용 디자이너는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소비자의 60~70%가 여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액티브시니어

5060대 중년층이 패션업계의 ‘큰손’으로 등극했다. 고령화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중년층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것. 이들은 지난 7080년대 고도성장을 이끌고, 은퇴 후에도 경제적 및 시간적 여유를 바탕으로 외모와 건강관리, 자기계발, 문화생활에 적극적인 세대다. 부양의 대상으로 인식됐던 것과 달리 씀씀이가 큰 것도 특징이다.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액티브 시니어’라 불린다.

액티브 시니어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에도 능해 온라인 쇼핑 이용도 적극적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온라인쇼핑몰은 액티브 시니어의 편의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G마켓은 모바일 앱을 이용하는 액티브 시니어를 위해 UI를 개선했고, 상담원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화면공유상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브랜드에서도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마케팅을 펼치려는 조짐이다. 3050대 소비자가 주 고객인 글로벌 토털 브랜드 크로커다일은 국내에서 최초로 지난 10월 CEO 프레젠테이션 행사를 열고 토털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상품 라인업을 공개하기도 했다.

[버버리 컬렉션, 다이나핏 론칭, 크로커다일 프레젠테이션. 사진 = 버버리, 다이나핏, 크로커다일 제공]

김지은 기자 kkell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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