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슨 전성기 기량회복, 비결은 트럼프 당선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트럼프에 대한 분노를 코트에 쏟아내고 있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1일 동부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동부 외국인센터 로드 벤슨을 극찬했다. 이 감독은 "예전에 한창 잘 나갔을 때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실제 벤슨은 올 시즌 19.4점, 12.1리바운드(2위)로 맹활약 중이다. 특히 5.4개의 공격리바운드는 리그 1위다.

벤슨은 2010-2011시즌부터 6시즌째 KBL에 몸 담고 있다. 동부, LG, 모비스를 거쳐 지난 시즌 동부로 돌아왔다. 장수 외국인선수이자 KBL을 대표하는 정상급 빅맨. 결과적으로 지난 시즌 후 벤슨과 재계약한 동부의 선택은 옳았다.

벤슨은 지난 시즌 막판 실망스러웠다. 발바닥 부상이 심화되면서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리바운드 가담과 수비폭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특히 오리온과의 6강 플레이오프가 치명적이었다. 벤슨과 웬델 맥키네스가 동시에 투입될 때 정통센터가 없는 오리온은 도움수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벤슨이 상대의 미스매치를 살리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오리온 특유의 효율적인 패스게임에 의한 공격을 제어하지 못했다. 동부는 오리온과는 반대로 김동욱이 버틴 2번이 미스매치다. 하지만, 벤슨의 발바닥은 외곽의 2번 공격수까지 체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동부가 공수에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오리온에 무너진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 감독 말대로 올 시즌 벤슨은 지난 시즌을 넘어 2010-2011시즌, 2011-2012시즌 김주성, 윤호영과 동부산성을 쌓았던 시절과 흡사한 위력을 뽐낸다. 실제 수치로 드러나는 각종 기록이 그 시절과 맞먹는다. 수치 이상으로 동부 경기력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다.

이 감독은 "마음만 먹으면 리바운드 15개씩을 그냥 잡는다"라고 했다. 특유의 운동능력을 되찾았다는 증거. 수비폭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김주성과 윤호영의 약화된 골밑 수비력을 만회한다. 상대적으로 테크닉이 투박한 맥키네스의 약점까지 커버한다. 동부 관계자도 "벤슨이 버텨주니까 맥키네스가 보조 역할을 잘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영만 감독도 벤슨을 메인 외국선수로 쓰고 맥키네스를 주로 2~3쿼터에 활용한다. 맥키네스가 우격다짐으로 시도하는 골밑공격이 실패할 때 벤슨이 공격리바운드를 잡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에 좌절감을 안기고 경기흐름을 동부로 이끄는 대목.

벤슨은 심지어 영리하다. 이 감독은 "라틀리프가 속공을 하면 벤슨은 아예 따라가지도 않는다. 어차피 경기 내내 따라가지도 못하고 나중에 체력만 먼저 떨어질 걸 알기 때문이다. 벤슨은 수비에서 내줄 건 주고 공격에서 더욱 힘을 발휘한다. 그것도 전략"이라고 칭찬했다.

자유투성공률도 78.4%로 예년에 비해 크게 좋아졌다. 상대가 반칙작전도 하기 힘들다. 김 감독은 "코치들이 훈련을 많이 시켰다. 뱅크슛과 통슛(곧바로 림을 겨냥하는 슛)을 같이 사용했는데 슛 궤적을 보면 통슛을 쏘면 들어갈 수가 없다. 뱅크슛으로 던지라고 했다. 많이 좋아졌다"라고 털어놨다. 이밖에 골밑에서의 피벗 요령에 대해서도 코치들이 좀 더 세밀하게 전수했다는 게 김 감독 설명이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따로 있다. 한순철 사무국장의 '꿈보다 해몽'격 해석이다. 한 국장은 "벤슨은 정치에 관심이 많다. 얼마 전 끝난 미국 대통령선거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하더라. 맥키네스는 트럼프를 지지했는데 상대적으로 벤슨보다 정치에 관심은 덜했다. 벤슨이 요즘 잘하는 건 트럼프 당선의 분노를 코트에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웃었다.

동부는 10승6패로 4위다. 그러나 선두권과 큰 격차가 있는 건 아니다. 역시 벤슨이 버티는 골밑 위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동부는 벤슨이 올 시즌 내내 트럼프 당선에 대한 분노를 코트에서 표출하길 바란다.

[벤슨.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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