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에서 완생으로 가는 길, 강이슬 에이스 만들기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완생으로 가고 있다."

돌풍의 KEB하나은행. 실질적으로 경기를 이끄는 리더는 강이슬이다. 시즌 초반 간판스타 김정은이 부상으로 뛰지 못한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경기흐름에 따라 팀이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한다.

일단 수치로 드러난 성적이 좋다. 36분19초간 뛰면서 14.1점(8위), 2.8어시스트(7위), 1.3스틸(9위)을 기록 중이다. 주특기 3점슛도 21개(3위)를 성공했다. 성공률도 37.5%(3위)다. 2점슛 성공률도 38.2%. 모두 커리어 하이다. 2015-2016시즌에 비해 확연히 좋다.

하나은행은 1~2년 전부터 강이슬 키우기에 집중했다. 삼천포여고 시절부터 슈터로 대성할 잠재력이 있었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다. 시행착오를 거쳐 올 시즌 조금씩 실전서 포텐셜을 터트리고 있다.

1~2년차에는 많이 뛰지 못했다. 3~4년차를 거치면서 캐치&슛에서 탈피하려고 발버둥을 쳤다. 5년차. 단순히 받아먹는 3점 슈터에서 완벽히 벗어났다. 지난 시즌부터 원 드리블 점퍼, 뱅크슛, 스탭 백 슛 등 2점 야투의 비중을 높였다. 과감한 드라이브 인도 선보인다. 속공 가담도 좋다. 올 시즌에는 이런 기술들을 좀 더 능숙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수비수들은 강이슬의 정확한 외곽슛을 의식, 바짝 붙는 수비를 펼친다. 이때 강이슬은 돌파와 원드리블 점퍼를 시도, 득점루트를 넓힌다. 이젠 수비수가 붙으면 파고, 떨어지면 쏘는 수준으로 올라서는 과정에 들어왔다. 아직도 순간적인 선택이 매끄럽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수년이 걸려도 자신의 공격 테크닉을 향상시키지 못하고 은퇴하는 유망주가 수두룩한 걸 감안하면 강이슬의 성장은 가파르다. 실전서 할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에 수비수 입장에선 엄청 까다로운 공격수다.

더욱 인상적인 건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을 경기흐름에 맞춰 의식적으로 절제할 줄 안다는 점이다. 무턱대고 자신의 스탯을 쌓기 위한 무리한 공격을 하지 않는다. 철저히 팀 공격밸런스를 깨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폭발력을 극대화한다.

그래서 3점슛 성공률이 올라간 것보다 어시스트 숫자가 늘어난 게 더욱 의미가 있다. 올 시즌 강이슬은 나탈리 어천와와 2대2를 자주 한다. 강이슬의 외곽슛을 의식한 골밑 수비수가 헷지를 길게 하거나 스위치를 하면 공을 재빨리 어천와에게 투입, 미스매치 공격기회를 잡게 한다. 심지어 골밑으로 컷인하는 선수들의 움직임도 잘 봐준다. 하나은행 특유의 효율적인 무빙오펜스에 강이슬의 공헌이 상당히 높다.

아직 변연하 같은 승부처의 폭발력은 부족하다. 남자농구 문태종(오리온)은 2일 kt전서 4쿼터 막판 단 3분46초간 뛰면서 3점포 2방으로 6점을 뽑아냈다. 실제 그 두 방이 경기승패를 갈랐다. 아직 강이슬에게 이 정도의 파괴력을 바라는 건 무리다.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1대1 마크에 필요한 수비스텝도 좋다고 볼 수는 없다. 강이슬이 진정한 에이스로 성장하려면 이런 부분에서 좀 더 팀 공헌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강이슬이 이들처럼 절대 에이스로 성장하는 과정에 놓인 것도 분명하다. 학습능력이 좋고, 더 좋은 경기력을 구현하려는 의지도 빼어나다. 아직 만 22세의 젊은 나이다. 또 다시 정체기가 오겠지만, 발전 가능성이 더욱 큰 것도 사실이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미생에서 완생으로 가고 있다"라고 했다. 의식적으로 에이스 책임감을 부여한다. 그는 "시즌 전 전지훈련 때부터 이슬이 위주로 공격을 풀어가게 했다. 본인이 잘 해서 팀 승리도 이끌어보고, 스스로 경기를 망쳐서 팀도 지고 괴로워하기도 해야 한다. 그런 경험이 쌓여야 완생 에이스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아직은 미생 에이스다.

또 하나. 올 시즌 이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공격제한시간 5초가 남았을 때도 득점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패스가 아닌 개인기술로 반드시 득점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비 시즌 조던 라우리로부터 스킬트레이닝을 받았다. 이 감독대행은 그가 떠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실전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쳐왔다. 그 5초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 감독대행은 특별히 강이슬에겐 7~8초 정도가 남았을 때도 직접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에이스의 책임감을 부여한 것이다. 눈치보지 말고 소신껏 기량을 발휘하라는 뜻도 있다. 그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계속 독려하고 칭찬하면서 성장을 이끌겠다"라고 말했다.

강이슬은 "감독님은 이 플레이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하게 한다. 전두엽을 쓰라고 한다. 그 다음에 설명을 해준다. 요즘 실력이 느는 걸 느낀다. 동료들도 나를 믿는 게 보인다. 그래서 더 자신 있게 하고 있고, 농구가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미생 에이스에서 완생 에이스로 가는 길. 강이슬과 하나은행의 성장은 궤를 함께 한다. 언젠가 다시 만날 가시밭길을 통과하기 위한 맷집을 기르고 있다.

[강이슬.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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