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흥미진진했던 3-4-3 전술 배틀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흥미진진했던 동시에 매우 복잡한 경기였다. 3-4-3과 3-4-3 포메이션이 격돌했지만 경기를 풀어가는 두 감독의 철학은 큰 차이를 보였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압박을 통해 경기를 주도하려 했고, 안토니오 콩테는 라인을 내리고 카운터어택을 노렸다. 그 과정에서 두 팀 모두 약점을 노출했지만 결과적으로 완성도가 더 높은 팀이 승리를 가져갔다.

#포메이션

펩은 스리백(back three:3인 수비)을 선택했다. 기본 포메이션은 3-4-3이었지만 공격시에는 3-2-4-1이 됐고, 수비시에는 3-4-2-1(혹은 5-4-1)이 됐다. 콜라로프가 왼쪽 스토퍼를 맡았고 스톤스가 중앙에 섰다. 측면에는 전문 윙백이 아닌 사네와 나바스가 포진했다.

콩테는 마티치의 부상으로 변화가 불가피했다. 캉테의 파트너로 파브레가스가 출전했다. 나머지 포지션은 변화가 없었다. 포메이션은 3-4-3이었다. 하지만 모제스와 알론소가 수비에 치중하면서 5-2-2-1에 더 가까웠다.

#1대1 맨마킹

맨시티는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펩은 1대1 맨마킹으로 첼시의 빌드업을 방해했다. 그가 첼시와 같은 3-4-3을 가동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방에 3명은 첼시 스리백을 압박했고, 귄도간과 페르난지뉴는 캉테와 파브레가스를 상대했다. 또 사네와 나바스는 모제스와 알론소를 따라 붙었다. 덕분에 맨시티는 첼시로부터 쉽게 공의 소유권을 빼앗았다. 그들이 높은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맨마킹 압박을 경기 내내 지속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맨시티는 두 가지 약점을 노출했다. 하나는, 페드로 혹은 아자르가 낮은 위치까지 내려올 때 누가 그들을 압박해야 할지 혼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콜라로프와 오타멘디가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면 스톤스가 코스타와 1대1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전방에서 1대1로 압박하는 것과 뒷 공간이 1대1이 되는 건 얘기가 다르다.

또 하나는, 압박이 순간적으로 느슨해지거나 늦었을 때 미드필더와 최종 수비 사이의 간격이 제법 크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전반 14분 맨시티가 압박을 위해 전진할 때 다비드 루이스가 롱패스를 때리자 스리백과 두 명의 딥라잉플레이메이커 사이에 공간이 발생했다. 사네와 나바스가 내려와 수비를 도왔지만 결국 아자르의 슈팅까지 이어졌다.

후반 15분 코스타의 동점골도 비슷했다. 파브레가스에 대한 수비가 순간적으로 느슨해지면서 롱패스를 허용했고, 미드필더와 스리백 사이 공간이 벌어졌다. 설상가상 스톤스가 아자르를 압박하기 위해 내려가면서 코스타와 오타멘디가 1대1 상황에 놓였다. 그 다음이 어떻게 됐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첼시의 약점

첼시 3-4-3에서 가장 취약했던 지역은 케이힐과 알론소가 위치한 왼쪽이었다. 마티치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던 포지션이기도 하다. 파브레가스는 첼시에 정확한 롱킥을 제공했지만 수비적인 측면에선 여전히 아쉬움을 남겼다.

나바스가 전진했을 때 첼시는 딜레마에 빠졌다. 케이힐은 데 브루잉의 공간 침투를 의식해 협력 수비를 나서지 못했고, 파브레가스 역시 귄도간 혹은 페르난지뉴 때문에 사이드로 쉽게 이동할 수 없었다. 아자르는 수비보다 역습을 더 신경 썼다.

맨시티는 바로 이 공간을 지속적으로 공략했다. 전반 45분 나바스가 공을 잡았을 때도 알론소와 1대1 상황이 됐다. 아자르가 뒤늦게 내려왔지만 이미 나바스의 크로스가 올라간 뒤였다. 케이힐의 커버가 틀렸다고 말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오른발잡이 스토퍼가 스리백의 왼쪽에 설 때 나올 수 있는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케이힐이 왼발잡이였다면 아마 손쉽게 크로스를 차단했을 것이다.

#카운터어택

맨시티가 찬스를 낭비하는 사이 첼시가 기회가 잡았다. 페드로의 부상으로 첼시는 윌리안을 투입했다. 페드로도 빠르지만 직선적인 역습에선 윌리안의 스피드가 더 뛰어나다. 후반 25분 귄도간이 직접 공을 가지고 맨시티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하지만 크로스는 실패했고 곧바로 첼시의 카운터어택이 이어졌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날 맨시티는 스리백과 딥라잉플레이메이커(귄도간 혹은 페르난지뉴) 사이가 자주 벌어지는 약점을 보였다. 헌데, 귄도간이 사라지자 더 광활한 공간이 발생했다. 코스타가 내려와 공을 잡을 때 오타멘디가 따라 붙었지만 무리하게 공을 뺏으려다 한 번에 벗겨졌다. 어리석은 수비다. 결국 지연에 실패한 맨시티 수비는 윌리안의 질주에 무너졌다.

역전을 허용한 펩은 귄도간, 스톤스를 불러들이고 야야 투레, 이헤나초를 투입했다. 후방에 3명의 수비수(페르난지뉴, 오타멘디, 콜라로프)만 둔 극단적인 공격 전술이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맨시티를 역습에 더 취약한 구조로 만들었다. 교체 효과는 거의 없었고, 추가시간 아자르에게 쐐기골을 얻어맞았다. 그리고 흥미로웠던 3-4-3 배틀도 끝이 났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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