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우규민은 '탈잠실 FA 투수' 리포트 1호 대상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거취를 두고 야구 팬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FA 사이드암' 우규민(31)이 삼성 유니폼을 입는다. 삼성 라이온즈는 5일 우규민과의 FA 계약을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4년 총액 65억원. 2003년부터 LG 트윈스에서 뛰었던 우규민은 희로애락을 거쳤던 LG를 떠나 새 출발한다.

올해는 6승 11패 평균자책점 4.91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우규민의 올 시즌을 두고 허리 통증 여파와 무너진 투구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양상문 LG 감독은 "볼넷을 주지 않으려는 목표가 너무 강해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우규민은 2015시즌 볼넷 17개만 내주며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 올해는 "피홈런보다 볼넷을 더 적게 주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내걸었으나 홈런 16개를 맞으며 볼넷도 36개를 내줘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우규민은 지난 해까지 3년 연속 10승을 거둔 검증된 선발투수이기도 하다. 제구력 만큼은 인정을 받았고 땅볼을 유도하는 능력 역시 일품이다. 한 시즌의 부진 만을 두고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그래서 '환경의 변화'가 우규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우규민은 이제 잠실구장을 벗어나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쓴다.

우규민에게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상반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첫 등판이었던 4월 26일, 이 곳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9이닝 동안 안타 2개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완봉승을 거둔 우규민은 7월 5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5이닝 9피안타 7실점으로 부진하며 개인 4연패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잠실구장보다 크기가 작다. 잠실구장은 좌우 100m, 중앙 125m로 국내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반면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좌우 99.5m, 중앙 122m로 차이가 있다. 타원형이 아니라 팔각 구조로 된 독특한 구장으로 좌우중간 거리는 107m로 짧은 편이다. 이러한 구조가 홈런이 나오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2016시즌 구장별 홈런 베스트 3

1. 잠실 215개 (144G)

2. 인천 191개 (72G)

3. 대구 162개 (66G)

* 포항 19개 (6G)

삼성으로서는 올해 홈 그라운드에서 나온 '홈런'에 대해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삼성 마운드는 올해 피홈런 193개로 불명예 1위에 올랐으며 팀 홈런은 142개로 전체 5위였다. 대구에서 피홈런 97개를 기록한 반면 대구에서 터뜨린 축포는 65개였으니 야심차게 개장한 신축 구장은 상대에게 더 도움을 준 꼴이었다. 포항에서도 피홈런은 11개였는데 홈런은 8개를 쳤으니 역시 적자였다.

우규민은 평소 작은 크기의 구장에서 던지는 것에도 부담이 전혀 없음을 말하고는 했다. 실제로 본격 선발로 전환한 2013년부터 '홈런 공장'이라 불린 목동구장에서 8경기(6선발)에 나와 3승 1패 평균자책점 3.12로 호투했다. 40⅓이닝 동안 홈런 5개만 내준 것. 당시 박병호(미네소타), 강정호(피츠버그) 등 거포들이 즐비한 넥센 타선을 상대하면서도 호투를 거듭했다.

우규민은 "나는 오히려 목동구장이 더 편했다. 목동구장이 크기가 작아서 오히려 더 집중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삼성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이러한 우규민의 '역발상'일지도 모른다.

분명 홈런을 적게 내주는 투수임은 분명하다. 지난 4시즌 동안 55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는 10명. 우규민은 이들 가운데 토종 투수로는 가장 적은 45개의 홈런을 내줬다. 외국인투수를 합해도 더스틴 니퍼트(두산·549이닝 43피홈런), 앤디 밴헤켄(넥센·617⅓이닝 44피홈런) 다음이다. 피홈런 45개 중 방문 경기에서 28개를 내줬는데 10명 가운데 4번째로 적었다. 물론 이 기록이 함정일 수도 있다. 우규민의 피홈런 개수는 2013년 5개, 2014년 11개, 2015년 13개, 2016년 16개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렇듯 흥미로운 데이터를 지닌 투수가 이제 새로운 구장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썼던 투수가 FA를 선언하고 타팀으로 이적한 사례는 우규민이 역대 4번째.

역대 LG-두산 투수 FA 이적

2007년 박명환(두산→LG) 4년 40억원

2009년 이혜천(두산→야쿠르트) 2년 400만 달러

2012년 송신영(LG→한화) 3년 13억원

2017년 우규민(LG→삼성) 4년 65억원

이혜천은 2009시즌에 앞서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로 이적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2011시즌을 마치고 LG를 떠나 한화로 이적한 송신영의 사례도 있기는 하지만 송신영은 2011년 넥센에서 LG로 트레이드돼 절반만 잠실을 홈으로 썼던 투수였다. 두 선수 모두 '탈잠실 FA 투수'의 데이터로 도출하기엔 거리가 있어 보인다. 2007시즌을 앞두고 두산을 떠난 박명환은 똑같은 잠실을 쓰는 LG로 이적한 사례다.

'탈잠실 FA 선발투수 1호'인 우규민이 깨뜨려야 하는 의심은 크게 두 가지다. 바로 2016시즌의 부진이 일시적이었다는 것, 그리고 잠실구장에서 엄청난 혜택을 받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규민은 2013시즌부터 올해까지 4시즌 동안 홈 경기(18승 20패 1홀드 3.73)가 방문 경기(20승 13패 2홀드 4.40)보다 좋았는데 올해만 놓고 보면 홈 경기(3승 7패 5.64)보다 방문 경기(3승 4패 1홀드 4.32)가 더 나았다. 차우찬을 잡기 어려울 수 있는 삼성이 우규민을 '꿩 대신 닭'으로 선택한 것일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선택 자체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우규민.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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