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규민 좀 바꿔주세요!’ 외침은 현실이 됐다

[마이데일리 = 장은상 기자] “우규민 좀 바꿔주세요!”

지난 4월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시즌 첫 맞대결. 3연전 첫 경기 기선제압을 노리는 두 팀의 불꽃 튀는 경쟁이 대구의 봄을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뜨거워진 달구벌은 LG의 한 투수에 의해 점점 냉랭해지고 있었다. 바로 LG 선발투수로 마운드를 지킨 우규민의 존재 때문이었다.

이날 우규민은 최고의 투구로 삼성 타자들을 압도했다. 혼자 9이닝을 던지며 2피안타 7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을 기록, 프로 데뷔 이후 두 번째 완봉승으로 라이온즈파크 첫 등판을 마쳤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타자들을 보며 삼성팬들은 망연자실했다. 완벽에 가까운 제구와 날카로운 구위는 이닝을 거듭할수록 오히려 그 예리함을 더했다.

9회말에도 0-2로 뒤진 삼성은 패색이 짙었다. 노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또다시 우규민이 또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8회까지 88개의 공만 던졌기 때문에 충분히 등판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재밌는 것은 바로 이 상황에서 들린 삼성팬의 간절한 외침이었다.

“아 우규민 좀 바꿔주세요!”

‘난공불락’으로 보이는 우규민의 투구에 삼성팬도 지친 듯 한 마디를 던진 것이다. 1루쪽 LG 덕아웃을 향해 외친 이 한 마디는 방송사 전파를 타고 그대로 안방에 전달됐다. 당연히 경기 후에도 이는 큰 화제. ‘웃픈 삼성팬의 외침’이라며 한 동안 야구팬들의 즐거움으로 입에 오르곤 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지금, 우스꽝스럽게도 팬의 외침은 현실이 됐다. 지난 5일 삼성과 FA 계약을 맺은 우규민은 사자군단의 일원이 됐다. 당시 팬이 원했던 ‘마운드 교체’는 아니지만 팀을 교체하며 삼성에 합류한 것이다.

개인통산 두 번째 완봉승을 거둔 대구는 우규민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장소다. 한 때 아픔을 안겼던 ‘특급 잠수함’이 이제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 할 수 있는 팀원으로 돌아왔다.

우규민은 내년에도 라이온즈파크의 선발 마운드를 책임질 예정이다. 그는 과연 7개월 전 팬의 탄식을 응원의 외침으로 바꿀 수 있을까. 삼성팬들이 그의 합류를 더욱 기대하는 이유다.

[우규민. 사진 = 마이데일리 DB]

장은상 기자 silverup@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