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삼성 2강체제 본격시작? 변수와 전망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강 체제가 시작될까

오리온과 삼성은 2강 체제를 구축했다. 12승3패, 13승4패로 1~2위다. 3~4위 KGC와 동부를 2~2.5경기 차로 밀어냈다. 5위 전자랜드에도 3.5경기 앞섰다. 6위 이하 중, 하위권 팀들과는 제법 격차가 난다.

아직 2라운드 막판이다. 순위판도는 또 다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전력을 볼 때 오리온과 삼성이 뒤처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 현 시점에선 오리온과 삼성이 시즌 막판까지 선두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2강의 행보는 어떨까. 경기를 치르면서 더 강해질 수도 있고, 약점을 노출할 수도 있다. 저력을 갖춘 KGC, 동부, 전자랜드의 행보도 무시할 수 없다. 한 농구관계자는 "전력상 오리온과 삼성이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가능성이 가장 큰 건 사실"이라고 했다.

▲2강의 고충과 해법

오리온과 삼성이라고 해서 고충이 없지는 않다. 내부적인 변수들을 최대한 통제하는 게 장기레이스의 기본원칙. 오리온은 그동안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곤혹을 치렀다. 객관적 전력이 낮은 팀들조차 전혀 압도하지 못했다. 현장에선 "오리온이 지난 시즌보다 막강하지 않다"라는 말이 나왔다.

12승 중 상당수는 경기 막판 애런 헤인즈, 문태종 등의 개인 역량으로 꾸역꾸역 따냈다. 이 또한, 오리온의 저력인 건 맞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선두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자체적인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추일승 감독에 따르면, 핵심은 오데리언 바셋이다. 시즌 초반 특유의 치고 받는 농구로 재미를 봤다. 돌파할 때 하고, 동료에게 빼줄 때 빼주면서 오리온 공격력을 배가시켰다. 자연스럽게 장신 포워드들의 역량도 살아났다. 하지만, 추 감독은 "자기가 뭘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생각이 많아지면서 장점도 잃었다. 심플하게 해달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2~3쿼터에 바셋이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경기운영에 어려움이 컸다. 정통센터가 없는 오리온은 2~3쿼터 빅맨 수비가 쉽지 않다. 삼성이나 동부처럼 외국인빅맨 2명을 보유한 팀을 상대로 트랩과 더블팀, 그에 따른 로테이션과 리커버리가 필수다. 바셋의 슬럼프로 공격이 풀리지 않으면서 조그마한 수비 약점마저 크게 부각됐다는 게 추 감독 진단. 또한, 바셋이 흔들리면서 허일영 같은 슈터들이 볼 잡는 시간이 줄어 슛 감각이 흔들렸다. 결과적으로 오리온 화력은 지난 시즌보다 조금 떨어졌다.

4일 삼성전서 이 부분들에 대한 해법을 찾았다. 1라운드 초반 잘 풀렸을 때의 경기력이었다. 바셋이 치고 받는 농구를 되살렸고, 장신 포워드들의 활용도도 높였다. 오리온은 앞으로 이 경기력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베테랑이 많은 구성상 체력 안배도 상당히 중요하다. 추 감독은 "예전보다 운동 시간을 많이 줄였다"라고 했다.

삼성은 오리온과는 정반대로 13승을 쌓으면서 상대 팀들을 사실상 괴멸시켰다. 겉으로는 큰 고민이 없다. 이상민 감독도 "2~3쿼터에 강점이 있으니 5~10점 뒤져도 질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고 했다. 실제 리카르도 라틀리프, 마이클 크레익이 함께 뛰는 2~3쿼터에 동부 같은 팀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미스매치 공격 기회를 잡는다. 부활한 김태술이 이 장점을 극대화한다. 빠른 트랜지션에 능한 김태술이 라틀리프와 특히 잘 맞는다. 크레익의 어시스트 능력도 임동섭, 문태영 등의 외곽공격을 배가시켰다.

다만, 시즌을 치르면서 고민거리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일단 이 감독도 인정하는 건 강하지 않은 수비력이다. 오리온도 지난 시즌만큼 수비조직력이 나오지 않지만, 삼성은 멤버 구성상 수비에 특화된 선수가 거의 없다. 지금까지는 특유의 공격 파괴력으로 잘 버텼다. 하지만, 장기레이스서 페이스가 떨어지면 수비전도 필요하다. 이때 이 감독이 어떤 식으로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또 하나는 체력이다. 문태영, 김태술 등은 적은 나이가 아니다. 체력 조절이 필요하다. 오리온보다도 베스트5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다. 체력을 안배하면서 백업 멤버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용병술도 필요하다. 마침 삼성은 이번주와 다음주 합계 단 3경기만 치른다. 이 감독도 "우리 팀이 다른 팀들보다 경기 수가 많았다. 이 시점(2라운드 막판)서 한 번쯤 쉬어가는 것도 괜찮다"라고 했다. 이밖에 이 감독은 "임동섭이 외곽에서 좀 더 꾸준히 해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내, 외곽 조화를 위해서다. 올 시즌 삼성의 대부분 패배는 외곽포가 터지지 않아서였다.

▲3중의 행보

외부변수도 있다. KGC, 동부, 전자랜드 행보는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이 팀들이 시즌을 치르면서 자체적으로 전력을 끌어올리면 오리온과 삼성으로서도 부담스럽다. 2강을 흔들 수 있는 가장 확률 높은 시나리오다.

KGC와 동부, 전자랜드 모두 라인업이 막강하다. KGC는 전통적으로 부상자가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강병현의 장기공백 정도를 제외하고는 주축 멤버들이 건강하다. 앞선에서의 트랩 등 활발한 수비로 체력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때문에 기복은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조절하면 언제든 우승권에 도전할 수 있다.

동부도 김주성의 외곽공격과 로드 벤슨, 웬델 맥키네스가 이끄는 골밑 공격의 조화가 좋다. 두경민 공백도 신인 최성모가 의외로 잘 메워낸다. 다만, 가드진의 운영능력이 조금 미숙할 때가 있다. 베테랑 박지현은 오래 뛸 수 없다. 벤슨에게 힘 좋은 빅맨, 맥키네스에게 순발력이 좋은 빅맨들을 붙여 효율적으로 수비하는 팀들도 있다. 윤호영의 꾸준한 공격가담도 필요하다. 이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 동부는 잘 풀릴 때 역시 우승권에 가깝다.

전자랜드는 다크호스다. 박찬희와 제임스 켈리 영입으로 틀이 잡혔다. 빠른 트랜지션과 안정적인 골밑 공격이 돋보인다. 과거의 끈끈한 내, 외곽 도움수비와 로테이션도 부활하면서 수비력도 좋다. 다만, 켈리와 국내선수들의 유기적인 패스게임, 국내선수들의 기복 줄이기가 과제다. 이런 부분들을 통제하면 언제든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

한편, 중위권에선 양동근과 이종현이 시즌 막판에 합류할 모비스가 다크호스다. 이미 선두권과 벌어진 격차가 크다. 두 사람이 돌아와서 곧바로 모비스 전력이 올라간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시즌 막판 모비스가 강력해지는 건 분명하다. 오리온과 삼성이 잠재적으로 가장 신경 쓰는 팀이기도 하다.

[오리온 선수들(위), 삼성 선수들(가운데), KGC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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