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의 볼 캐치, 막강한 우리은행의 실체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볼 캐치가 좋다."

올 시즌 WKBL은 외국선수들 수준이 예년보다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승부처서 경기 흐름을 직접 뒤흔들 수 있는 확실한 에이스가 거의 없다. 거의 모든 구단이 지난 시즌에 비해 여지없이 전력이 떨어졌다.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도 올 시즌 전력이 조금 떨어졌다. 이승아의 임의탈퇴, 무릎과 허리가 좋지 않은 양지희의 뒤늦은 합류, 이은혜의 발목 부상이 결정적이다. 그러나 외국선수 존쿠엘 존스가 팀 중심을 확실히 잡는다. 평균 18.1점, 12리바운드, 3.3블록슛으로 모두 1위다. 올 시즌 외국선수들 중 유일한 평균 더블더블.

존스는 우리은행이 전체 5순위로 선발한 198cm의 장신 포워드다. 외국선수 드래프트는 물론,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나 시즌이 개막한 뒤 WKBL 골밑을 평정했다. 현재 존스를 1대1로 막을 수 있는 팀은 없다. 우리은행은 존스를 앞세워 개막 11연승으로 올 시즌에도 선두독주체제를 구축했다.

존스는 WNBA 코너티컷에서 식스맨으로 한 시즌 뛰었다. 위성우 감독은 단기간에 존스를 WKBL에 특화된 외국선수로 만들어냈다. 존스 역시 WKBL에 빠른 시일에 적응했다. 존스는 우리은행에서 5번을 맡았지만, WNBA서는 4~5번을 오갔다. 꽤 정확한 외곽슛을 보유했다. 하지만, 위 감독은 존스에게 외곽슛을 자제시키고 철저히 골밑 플레이를 요구했다. 요구에만 그치지 않았다. 기자는 시즌 개막 전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체육관에서 존스의 훈련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 당시 위 감독은 존스에게 골밑에서 공을 잡고 움직이는 요령, 패스를 내주는 타이밍과 자세, 상대 빅맨들을 수비할 때 손의 위치와 발의 움직임 등 세부적인 테크닉을 일일이 전수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국내선수 라인업이 약화됐다. 하지만, 존스의 가세로 오히려 승부처서 경기운영이 안정된 측면도 있다. 우리은행은 위 감독 부임 이후 득점력을 갖춘 정통 센터를 보유하지 못했다. 사샤 굿렛과 3시즌 연속 함께 했지만, 수비형 빅맨이었다. 메인 외국선수는 티나 톰슨, 샤데 휴스턴, 쉐키나 스트릭렌 등 전형적인 외곽슛 위주의 포워드들이었다.

위 감독은 "존스의 이해력이 좋다"라고 했다. 실전서 존스의 경기력을 보면 그 이상이다. 일단 골밑에서 자리를 잘 잡는다. 그리고 포스트업 능력을 갖췄다. 슛 타점이 높고 파워가 좋아 수비수가 막기가 쉽지 않다. 골밑의 존스가 공을 잡으면 수비수들이 몰린다. 이때 존스가 직접 처리하거나 외곽으로 나간 공이 몇 차례의 패스에 의해 3점슛 찬스로 이어진다. 박혜진과 임영희에게서 떠난 공은 여지 없이 림을 가른다. 농구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공격루트. 지난 2~3년간 우리은행에서 볼 수 없었던 루트다.

박혜진과 존스, 임영희와 존스가 실시하는 픽&롤도 위협적이다. 상대가 스위치로 대응하면 여지 없이 존스가 미스매치 기회를 잡는다. 이를 의식해서 존스에게 도움수비를 시도하면 반드시 외곽에 또 다른 슛 찬스가 생긴다. 존스가 수비수들을 모은 뒤 외곽으로 공을 빼는 타이밍도 준수하다.

위 감독과 우리은행 선수들이 평가하는 존스의 최대장점은 볼 캐치 능력이다. 위 감독은 "존스가 골밑에서 공을 잘 잡는다"라고 했다. 골밑에서 자리를 잡은 뒤 박혜진이나 임영희의 엔트리 패스를 잘 잡는다는 의미다. 박혜진과 임영희는 전문 포인트가드는 아니다. 임영희도 "내가 가드도 아닌데 패스를 잘 해봤자 얼마나 정확하게 하겠나. 그런데 내가 조금 부정확하게 공을 넣어줘도 존스가 잘 잡아준다"라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효과가 발생한다. 위 감독은 "공을 넣어주는 선수들도 심리적으로 편안해진다"라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플러스 효과다.

존스는 팔 길이가 길다. 국내선수들의 패스가 조금 부정확해도 척척 잘 잡으면서 골밑 공격 혹은 외곽 패스로 연결한다. 존스에게서 파생되는 공격력의 출발점, 우리은행 특유의 유기적인 공격력의 출발점은 존스의 탁월한 볼 캐치다. 올 시즌에도 막강한 우리은행의 진정한 실체다.

[존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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