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위원 복귀' 박종천 前감독, 자숙+반성은 없다[김진성의 야농벗기기]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자숙과 반성은 없다.

박종천 前 KEB하나은행 감독이 약 4개월만에 농구계에 복귀했다. 박 前감독은 16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삼성생명 여자프로농구 KB-우리은행전을 해설했다. 올 시즌 박 前감독은 KBS N 스포츠와 해설위원으로 계약, 논란을 일으켰다.

박 前감독은 농구판에서 불미스럽게 물러났다. 첼시 리 혈통사기극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첼시 리 영입을 주도했다. WKBL은 지난 7월 5일 하나은행에 페널티를 부과했다. 그러자 하나은행도 박 前감독의 사임을 결정했다. 물러나는 게 당연했다. 자진사퇴 형식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경질이었다.

첼시 리 사태로 한국농구는 발칵 뒤집혔다. 아직도 WKBL 신선우 총재는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심지어 리는 불가리아리그에 진출, 버젓이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은행은 리의 연봉과 에이전트 수수료, 각종 시상금 환수를 위해 리와 에이전트에게 소송을 걸어놓은 상태다. 여전히 한국농구는 리 사태를 완전히 수습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서 박 前감독이 약 4개월만에 해설위원으로 농구판에 복귀했다. 그는 자숙과 반성을 하는 게 맞다. 4개월만에 자숙과 반성을 끝냈다고 말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러나 한국농구를 뒤집었던 대형사고의 책임자가 4개월만에 자숙과 반성을 끝냈다면 진정성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대부분 농구 팬과 관계자가 그렇게 생각한다. 해설위원으로 일하면서 자숙과 반성을 동시에 이어가는 건 말도 안 된다. 박 前감독의 해설위원 복귀는 대단히 부적절하다.

그와 해설위원으로 계약한 KBS N 스포츠도 문제다. 지난 시즌까지 해설위원으로 기용했던 일부 인사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은 건 내부적인 사정이니 왈가왈부할 건 없다. 그러나 그들 대신에 박 前감독을 기용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

KBS N 스포츠도 첼시 리 사태의 심각성을 무시했다는 뜻이다. 알면서도 그랬다면 더 큰 문제다.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사람을 해설위원으로 쓰면서 농구 팬들에게 여자프로농구 생중계를 시청해달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KBS N 스포츠는 1라운드에 박 前감독을 기용하지 않았다. 기존 정은순, 조성원 해설위원에 새롭게 가세한 김은혜 해설위원 체제로 1라운드 15경기를 중계했다. 결국 2라운드 첫 경기에 박 前감독을 내세운 건 비난 여론이 잠잠해질 시점을 저울질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왜 무리수를 뒀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적어도 첼시 리 사태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는 그 사건에 관련된 모든 사람은 책임과 비난에 자유로울 수 없다.

또 하나. 박 前감독은 농구판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도 않았다. 하나은행 내규에 따르면 계약을 맺고도 내보낸 사령탑을 6개월간 자문위원으로 위촉한다고 돼 있다. 하나은행은 이 규정을 곧바로 뜯어고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박 前감독과 연말까지 자문위원으로 계약했다. 그러나 박 前감독이 특정구단과의 관계가 지속되는 상황서 중립이 생명인 해설위원직을 받아들인 건 무리수였다. KBS N 스포츠도 이 부분을 간과했거나, 알고도 밀어붙였다면 더욱 아쉽다.

박 前감독은 20일 구리체육관에서 열리는 KDB생명-우리은행전도 해설할 예정이다. 그에게 책임, 자숙, 반성은 무슨 의미일까. 과연 진정한 자숙과 반성을 하고 있는 걸까. 진정성이 의심된다.

[박종천 해설위원.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