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종영 '옥중화', 왜 제2의 '대장금' 되지 못했나 (종영①)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극본 최완규 연출 이병훈 최정규)는 제2의 '대장금'이 되지는 못했다.

기대는 컸다. 전옥서에서 태어난 소녀가 역경을 딛고 성장한다는 주체적 여성의 이야기였다. 궁녀에서 의녀로 자라난 '대장금' 소녀의 감동적인 삶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드라마였다. '대장금'의 수장이자 '사극 거장'으로 불리는 이병훈 PD가 연출한다는 사실은 신뢰감을 높이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장금'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게 오히려 '옥중화'의 한계였다. '위기와 극복 그리고 성장'만 반복하는 구도는 12년 전 '대장금' 때에는 간편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나 12년이 흐른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지나치게 단편적이었다.

옥녀가 체탐인, 다모, 외지부를 거치며 막강한 전투력과 지능을 가진 인물로 그려지고, 명종의 뒤에서 정치적 조언을 하는 숨겨진 실세 노릇까지 했는데, 도리어 전지전능한 주인공의 모습이 현실성을 떨어뜨리며 큰 공감을 주지 못했다.

옥녀의 출생의 비밀이라든가 명종과 윤태원이 얽힌 삼각관계라는 상투적 소재는 MBC 사극 특유의 연출 속에 펼쳐지며 익숙함 이상의 신선함이 적었다.

'옥중화' 속 일부 배우들의 연기력은 시청자들의 진입장벽이었다.

정난정 역으로 악역에 도전한 배우 박주미는 극 후반부에는 독살스러운 눈빛이 얼굴에 자리잡고, 마지막회에서 정난정이 스스로 목숨을 끊던 처절한 최후의 순간은 실감나게 연기했으나, 초반부터 악녀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지 못한 게 아쉬운 대목이었다.

여주인공 옥녀 역의 진세연은 반대로 극 초반 불거지지 않았던 연기력이 도리어 후반부에 도드라졌다. 숨소리가 한껏 섞인 대사가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안정감을 주지 못했으며, 앞서 지적한 '위기와 극복 그리고 성장'이라는 구도의 반복이 비슷한 연기의 반복으로 이어지며 감동의 극대화를 가로막았다.

최고시청률은 22.6%(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나름 선전했다. 다만 동시간대 전작 '결혼계약'의 최고시청률이 22.9%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옥중화'의 성적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한편으로는 '옥중화'의 부진은 사극 트렌드의 변혁을 의미한다.

최근 신드롬을 일으킨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은 세자와 남장 내시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이야기였음에도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전개와 감각적 분위기가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했는데, 이는 곧 '대장금'이 열풍을 일으키던 12년 전과 다르게 사극 시청자들의 선호도가 크게 바뀌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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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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