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이호준은 왜 후배들에 KS 경험을 말하지 않나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NC가 발표한 한국시리즈 엔트리 28명 중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적이 있는 선수는 단 6명이 전부다. 박석민, 손시헌, 이종욱, 이호준, 조영훈, 모창민이 그들이다. 투수는 모두 이번이 생애 첫 한국시리즈다.

한국시리즈는 또 다른 무대다.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다투는 최후의 결투다. NC는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만큼 한국시리즈에 처음 나가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이럴 때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NC에서 가장 많은 한국시리즈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는 역시 이호준. 무려 19년 전인 1997년 해태에서 한국시리즈 무대를 처음 밟은 선수다. 이후 SK로 이적한 이호준은 2003, 2007, 2009, 2010, 2011, 2012년 한국시리즈에서 뛰었다. 한국시리즈에서만 33경기를 뛴 선수다.

평소 유머러스하면서도 카리스마를 내뿜는 이호준이지만 이번 만큼은 말을 아끼고 있다. "한국시리즈라고 해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는 자체가 제일 안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호준은 "본인이 알아서 편하게 준비하는 게 제일 좋다. '이럴 때는 이렇게 하라'고 조언할 수도 있지만 그 친구의 생각과 반대의 말을 할 수도 있다. 정답이라는 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혼란을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호준에게 조언을 구하려는 후배 선수들도 꽤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호준은 "청심환을 먹어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이호준이 후배들에게 해준 이야기는 딱 하나. "아니면 말고"다. 우승을 차지한다면 기쁘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우승에 너무 부담을 갖지는 말자는 말이다. 이호준은 이에 대해 "편한 마음으로 하자는 의미"라고 전했다.

이미 NC의 대부분 선수들은 한국시리즈만 경험하지 않았을 뿐 포스트시즌이란 무대는 익숙해졌다. 이호준은 "우리가 2014년에 준플레이오프를 처음 할 때만 해도 청심환을 먹는 선수가 4명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음료수만 마시고 여유롭게 나가더라"면서 "어린 친구들이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다. 이겨도 들뜨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순간, NC 선수들은 별다른 세리머니 없이 서로 축하하는 모습만 그려졌다. 이호준은 "오히려 내가 '두 팔 벌리고 세리머니도 하자'고 했는데 후배들이 '그러지 말자'고 그러더라"면서 자신이 머쓱했던 순간을 털어놓기도 했다. 어쩌면 이호준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장면에서 있는지도 모른다.

[이호준.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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