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건강]운동 전후에 마시는 커피의 효과가 다르다는 걸 아시나요?

[박영순의 커피와 건강]

가슴둘레보다 배둘레가 큰 김과장과 몸무게 미달로 군대를 면제받은 이대리가 피트니트센터에서 커피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과장님, 운동하기 전에 커피를 드셨어야죠.”

“운동 끝나고 마셔야 살이 잘 빠진다던데...”

“운동하기 1시간 전에 커피를 드셨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대리는 그 몸에 웬 커피야. 뼈만 남겠네~”

몸을 가꾸는데 커피를 활용하는 법을 두고 김과장과 이대리의 견해가 다르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결론부터 밝히면, 양측 모두 일리가 있다. 운동을 시작하기 최소 1시간 전에 커피를 마시면 근육형성에, 운동 후에 마시면 살빼기에 유익하다.

커피와 운동력에 관한 많은 연구논문들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성분은 대부분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2004년까지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경기에서 복용이 금지된 약물이었다. 그 후 카페인이 도핑검사 목록에서 제외된 사연은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준치보다 되레 함량이 훨씬 낮은 데에도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른 약물들처럼 고농도의 기준치를 설정한 것이 실효가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메달이 박탈되는 카페인 검출농도는 소변 1㎖당 12㎍(커피 수 십 잔을 마셨을 때 검출되는 양)이었다.

여러 연구를 종합해 통계적으로 관련성을 밝힌 한 메타분석에서, 카페인은 운동수행능력을 3%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를 40분에 달리는 선수가 카페인을 섭취하면 72초나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42세에 사이클 미국대표로 애틀랜타올림픽에 출전한 켄트 보스틱(Kent Bostick)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를 뿜어내는 비결을 커피라고 밝혀 세계적으로 주목을 끈 바 있다. 2개의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한 그는 “고령임에도 어떻게 경기 당일 그렇게 빨라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경기를 앞두고는 꽤 오랜 기간 커피를 끊습니다. 내성을 없애야 필요할 때 카페인 효과가 더 높아지거든요. 경기 당일에는 카페인 알약 반 알과 커피 한 잔을 마십니다”라고 털어놨다.

국제스포츠영양·운동대사저널(IJSNEM)은 “커피를 마시고 운동을 하면 칼로리 소모량이 늘어난다”는 스페인연구팀의 결과를 게재했다. 커피를 마신 뒤 운동한 그룹이 그렇게 하지 않은 그룹보다 운동 후 3시간동안 소모한 칼로리가 15%나 많았다. 이런 효과를 보기 위해선 몸무게가 68㎏인 사람이 카페인 300mg을 섭취해야 한다. 카페인 일일섭취허용량은 성인 400mg, 임산부 300mg, 청소년 125mg이다.

운동 전에 마시는 커피가 운동 능력을 끌어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저명한 스포츠영양학자인 하이디 스콜닉(Heidi Skolnik)은 “카페인이 운동을 할 때 활발하게 움직여야 할 중추신경계와 심장, 혈압조절센터를 자극하는 일종의 흥분제로 작용한다”면서 “카페인이 도파민과 같은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증가시켜 근육통을 약화시킴으로써 운동을 보다 길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조지아대학팀은 “운동하기 1시간 전에 마신 커피 2잔이 운동 후 근육통증을 48%까지 감소시켰다”는 연구결과를 밝힌 바 있다. 진통제인 나프록센이 운동 후 근육통증을 30% 정도 덜어주는 것으로 보고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스콜닉은 대표적인 ‘운동시작 1시간 전 커피 섭취’ 지지자로 꼽힌다. 그는 “카페인은 섭취 후 15∼45분 위에 흡수되지만, 운동기관을 자극하는 흥분 효과는 섭취 후 30∼75분에 나타나기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기 1시간 전에 커피를 마시는 것이 최적의 효과를 낸다”고 전했다. 다만 카페인이 탈수를 유발하기 때문에, 운동하기 전에 커피와 함께 물 200~340㎖를 마시는 게 좋다.

이대리처럼 근육을 만들고 싶은 경우에는 특히 운동하기 전에 커피를 마셔야 한다. 근육은 운동 중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한 후에 근육 속 단백질합성을 증가시키는 메커니즘(mTOR)에 의해 형성된다. 카페인이 이 메커니즘을 억제하기 때문에 운동 후에 커피를 마시면 근육 형성이 저해를 받는다.

반면, 김과장처럼 지방제거가 필요한 경우라면 운동 후에 커피를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 카페인이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로 바꾸는 지방연소를 돕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운동 후에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카페인이 공복상태에서 몸속 운동효과를 계속 유지해 주는 측면에서도 다이어트에 요긴하다.

그러나 운동 전이나 후에 마신 커피가 수면 사이클을 방해하므로 저녁에 운동을 할 때는 ‘커피효과’에 의존하지 않는 게 좋다.

[사진1) 근육은 운동을 한 후에 생기는데, 이 때 카페인을 섭취하면 근육 속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메커니즘이 방해를 받는다.

사진2) 지방연소를 극대화해 살을 빼고 싶다면 운동 후에 커피를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 카페인인 지방연소를 돕기 때문이다. 제공 = 커피비평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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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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