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행’ 삼성 김승현·최충연, 어린 사자들의 굳은 의지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장은상 기자] “너무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드렸다.”

김한수 신임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마무리 훈련지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했다. 1,2군을 포함해 48명으로 구성된 이번 선수단은 어느 해보다 실망스러웠던 올 시즌을 뒤로 하고 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서 만난 선수들은 대부분 표정이 밝지 못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을야구의 맹주로 군림했던 팀이 불과 1년 만에 야구장이 아닌 공항에서 시즌을 마무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아쉬움을 가득 머금은 채 선수들은 출국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라앉은 팀 분위기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두 선수가 있었다. 바로 삼성의 미래이자 올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영건’ 김승현과 최충연이었다.

지난해 삼성의 지명을 받은 두 선수는 팬들의 기대를 한껏 받으며 프로 무대에 뛰어 들었다. 1차 지명(최충연), 2차지명 1라운드(김승현, 10순위)라는 숫자는 팬들의 눈과 귀를 선수들에게 집중시켰다.

부담이 컸던 걸까. 푸른 꿈을 안고 프로 무대에 뛰어든 두 선수에게 현실은 냉혹했다.

김승현은 팔꿈치 수술로 시즌 말미에서야 그 진가를 드러냈다. 150km를 넘나드는 빠른볼로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시기가 아쉬웠다. 9월 말에서야 마운드에 오른 그는 2경기 출전에 그치며 올 시즌을 마감했다.

최충연은 구속 저하, 부상 후유증 등이 겹치며 3경기서 승 없이 2패 평균자책점 12.91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기대가 컸던 만큼 팬들이 가진 실망감은 컸다.

최충연은 “팬들께서 많은 기대를 해주셨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구속도 떨어지고 투구폼도 좋지 못했다”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이어 “옆구리를 다친 것이 완벽하게 낫지 않았다. 힘을 제대로 실을 수가 없었는데, 어찌 됐든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고 덧붙였다.

마무리 훈련지로 떠나는 심정에 대해서는 “정말 죽을 각오로 열심히 할 계획이다. 구속이 많이 떨어진 만큼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완하고 싶다. 140 중후반까지 나오던 이전 구속을 꼭 다시 찾고 싶다”고 했다.

김승현 또한 최충연 만큼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개인으로서 욕심은 모두 버렸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다치지 않고 언제든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강하게 말했다.

마무리 훈련 목표와 관련해서는 “우선 체중을 좀 빼고 싶다. 감량을 통해 체력과 지구력적인 측면에서 끈질긴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두 선수는 적어도 10년 가까이 사자 군단의 마운드를 지킬 핵심 자원이다. 출발은 아팠지만 그 고통이 있기에 이들이 반등할 여지는 누구보다 크다. 올 시즌 팀으로 또 개인으로서 입은 상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하는데 매우 값진 자양분이 될 것이다. 두 선수의 미래는 아직 밝다.

[김승현(첫번째,좌), 최충연(첫 번째, 우), 최충연(두 번째). 사진 = 인천공항 장은상 기자 silverup@mydaily.co.kr 및 마이데일리 DB]

장은상 기자 silverup@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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