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불펜 소진’ NC, 3일 쉰 해커의 어깨가 무겁다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가용할만한 투수가 별로 없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이 플레이오프 4차전 선발투수로 에릭 해커를 내세우는 이유다. NC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16 타이어뱅크 KBO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끝내기패배를 당했다.

상처만 남긴 총력전이었다. 선발투수 장현식이 첫 포스트시즌의 압박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2회 무너진 게 뼈아팠다. 이후 최금강이 2⅔이닝 무실점으로 초반 혼란을 수습했고, 경기를 잡을 수 있겠다고 판단한 김 감독은 4회부터 필승계투 임창민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계속해서 원종현-이민호-김진성이 뒤를 책임졌으나 승리는 찾아오지 않았다.

먼저 2승을 거둔 NC 입장에서는 5차전까지 가는 게 껄끄러울 터. 무조건 잠실에서 3번째 승리를 챙기고 한국시리즈에 가야만 했다. 걸림돌은 4차전 선발투수였다. 1, 2차전 선발투수 해커, 재크 스튜어트를 제외하고 나올 수 있는 투수가 어린 구창모, 배재환 등 밖에 없는 상황. 김 감독은 결국 3일을 쉬고 나서야하는 해커를 택했다.

김 감독은 “4차전 선발투수는 해커다. 가용할만한 투수가 별로 없다. 준비 잘해서 가용 전력을 총 출동시키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해커의 3일 휴식과 전날의 불펜 총력전으로 인해 총 출동이 쉬워보이진 않는다.

일단은 해커의 3일 휴식이 변수다. 해커는 지난 2013년 KBO리그 데뷔 이후 정규시즌서 3일 휴식 후 등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일반적으로 정규시즌에서는 막판 치열한 순위싸움이 아닌 이상, 3일 로테이션을 가동하지 않는다.

포스트시즌서는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 등판 이후 3일 휴식을 갖고 4차전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그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는 1차전에서 4이닝동안 66개를 던지고 내려온 뒤 4차전에 나섰지만, 지금은 이미 1차전에서 7이닝을 소화하며 97개를 던졌다.

더불어, 해커가 조기에 무너진다 해도 뒤에 던질 투수가 마땅치 않다. 이미 롱릴리프로 활용 가능한 이민호가 전날 44개를 던졌고, 최금강(57개), 임창민(31개), 원종현(18개) 등 필승계투도 많은 체력을 소모했다. 임정호, 구창모, 배재환 등이 남아있지만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결국은 해커가 최대한 버틸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직까지 시리즈 전적 2승 1패의 NC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4차전을 내주고 27일 마산에서 최종 승부를 본다면 전세는 충분히 뒤집힐 수 있다. 3일 휴식 후 나서는 해커의 어깨가 무겁다.

[에릭 해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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