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서인국, 기자들 부산에 불러놓고 '물 먹인' 사연

[마이데일리 = 부산 이승록 기자] 배우 서인국 씨 덕분에 물을 두 번이나 먹었습니다.

21일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 기자간담회 및 현장공개가 진행돼 KTX를 타고 부산에 내려왔습니다.

이날 행사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MBC에서 처음 진행한 지방 일정이었습니다. 예전이라면 MBC 측에서 버스를 대절해 기자들이 단체로 이동했을 텐데,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어 기자들은 각자 KTX 등을 이용해 따로 도착했습니다. 거리는 멀었으나,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행사는 해운대의 유명한 고급 마리나 시설에서 열렸습니다. 그렇다고 성대한 음식이나 값진 선물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딱 생수 한 통만 MBC로부터 받아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이동하며 쌓인 갈증을 해결했습니다. 허기는 졌으나,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김영란법'의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누렸던 교통이나 식사 등의 편의가 특혜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는 결코 '불편'이 아니라 지극히 '일상'인 까닭입니다.

'쇼핑왕 루이'가 나름 시청률도 선전 중이고, 지상파에서 비로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서인국 씨, 성인 역도 충실히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한 남지현 씨 모두 열정적으로 연기하고 있기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전해 듣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촬영이 얼마나 바쁜 줄도 알기에, 한편으로는 얼마나 빠듯했으면 부산까지 불렀을까 싶은 생각에, '그래, 부산쯤이야 충분히 갈 수 있지' 하는 가뿐한 발걸음으로 내려왔습니다. 들뜬 마음에 물 한 병이면 충분한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물이 한 병 더 있었습니다.

기자간담회 몇 시간 전, 서인국 씨가 부산에 오지 않은 한 매체와 단독으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것입니다. 인터뷰 기사를 접하는 순간 당혹감이 밀려왔습니다.

대개 드라마가 한창 진행 중일 때에는 배우들이 촬영 스케줄 탓에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요즘처럼 매체가 수십 군데에 이를 경우 촬영 도중 모든 인터뷰를 소화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전화나 현장 방문을 통해 단독 인터뷰를 갖는 게 최근 연예계 흐름이고, 기자의 능력인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이날처럼 지방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기자들을 불러놓고 직전에 특정 매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는 곧 자신이 직접 지방까지 부른 기자들을 소위 '물 먹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인국 씨는 의도였든 의도치 않았든, 물 한 병이면 충분했던 기자들에게 단체로 물을 한 병 더 먹이고 말았습니다.

사연을 수소문해봤습니다. 서인국 씨가 자신과 가까운 기자와 따로 인터뷰를 진행한 듯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왠지 더 허탈했습니다. 서인국 씨의 의리야 나무랄 수 없으나, 서인국 씨와 사적인 친분 없이 한 명의 취재원으로만 바라보고 있던 저를 포함한 다른 기자들의 발걸음을 허무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고민입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배우나 가수 등 취재원과의 친분 쌓기는 더욱 조심스럽지만, 친분 없이도 충분히 제 몫을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일을 겪자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부산까지 오란다고 간 제가 현명하지 못했던가 싶은 회의감이 듭니다. 그 시간에 차라리 서인국 씨와 친해질 요량을 궁리하는 게 나았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마음이 불편합니다. 첫 번째 물을 먹었을 때와 달리, 두 번째 물을 먹으니 불편해집니다.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