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시즌판도, 빅3·이적생·전역자에게 물어봐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느 팀이 6강 플레이오프에 떨어질지 모르겠다."

지난 18일 개막 미디어데이 당시 몇몇 감독들이 내놓았던 코멘트다. 그만큼 2016-2017시즌 프로농구는 예측이 어렵다. 흔히 말하는 'O강O중O약'으로 시즌 판도를 예상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분위기다.

디펜딩챔피언 오리온, KCC, 모비스, KGC가 강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들의 희비를 가를 수 있는 변수가 무궁무진하다. 심지어 6강에 들어갈 팀을 꼽는 건 더욱 어렵다. 기본전력이 약한 kt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불안한 팀들도 보이지 않는다.

일단 외국선수들의 활약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똘똘한 외국선수 없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특히 신입 외국선수들은 KBL과 각 팀의 공수시스템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 4라운드부터는 1~3쿼터 중 외국선수 2명이 뛸 두 쿼터를 감독들이 직접 고를 수 있는 것도 포인트다.

외국선수 이슈를 제외하면 올 시즌 판도는 신인 빅3(이종현, 최준용, 강상재), 이적생들(김태술, 박찬희, 이현민 등등), 내년 1월27일에 상무에서 돌아오는 전역자들(김시래, 이대성, 최부경 등등)이 키를 쥐고 있다. 이들과 기존 멤버들이 실전서 팀 전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한다.

▲빅3

이종현은 모비스, 최준용은 SK, 강상재는 전자랜드에 입단했다. 이종현은 당분간 쉰다. 유재학 감독은 발등 피로골절이 있는 그를 무리하게 기용할 생각이 없다. 장기레이스이기 때문이다. 경기에 나설 몸이 되더라도 모비스 특유의 복잡한 공수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모비스가 시즌 중반까지 이종현 없이 상위권에서 버텨낼 역량은 충분히 있다. 때문에 시즌 막판, 그리고 플레이오프로 갈수록 이종현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전서 높이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더욱 무서워질 수 있다. 결국 이종현이 찰스 로드, 함지훈. 치고 들어가는 걸 선호하는 네이트 밀러 등과의 골밑 동선 조정에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유 감독은 "내 숙제"라고 했다.

최준용과 강상재는 개막전부터 뛴다. 그러나 몸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다. 빡빡한 장기레이스서 탈이 날 위험성은 있다. SK는 최준용과 김선형이 함께 하는 속공 파괴력이 더 좋아졌다. 그러나 두 사람과 테리코 화이트, 김민수 등 볼 없는 움직임보다 볼을 갖고 하는 농구를 선호하는 선수가 많은 게 변수다. 최준용의 적응 포인트이자 SK 6강 진출의 포인트다.

강상재는 전자랜드의 골밑 제공권 문제를 보완했다. 전자랜드 특유의 조직적인 공수시스템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파워와 정확한 외곽슛이 장기지만, 수비력은 상대적으로 돋보이지 않는다. 전자랜드는 강상재에게 롤을 부여하기 위해 주태수를 KCC에 보냈다. 최준용과 강상재의 적응 및 활약에 따라 전자랜드와 SK의 최종성적이 크게 달라진다.

▲이적생

이번 오프시즌에도 적지 않은 선수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가장 굵직한 트레이드 두 가지는 역시 박찬희와 한희원, 김태술과 이현민의 맞트레이드였다. 전자랜드는 박찬희 영입으로 포인트가드 갈증을 풀었다. 슈팅능력이 약점이지만, 전자랜드에는 외곽슛이 좋은 선수가 많다. 오히려 박찬희의 수비력으로 앞선의 압박능력이 좋아졌다. 강상재 효과와 맞물리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

김태술은 KCC보다는 삼성에 어울린다. KCC는 안드레 에밋의 팀이다. 그러나 삼성은 김태술이 주도적으로 경기를 리드할 수 있다. 가드가 넘친다. 그러나 경기 운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다. 베테랑 주희정이 40분을 뛰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태술이 부활할 수 있다면, 문태영, 임동섭, 리카르도 라틀리프, 김준일 등과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삼성의 시즌 농사가 걸린 대목이다.

이현민과 한희원은 김태술과 박찬희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다. 한희원은 출전시간부터 확보하는 게 과제다. 3번 주전 양희종에 드래프트 동기 문성곤도 있다. 슈팅능력이 있지만, 다른 부분을 어떻게 가다듬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현민은 에밋이 쉴 때 다른 선수들을 조화롭게 이끌 수 있을 것인지가 포인트다.

▲전역자

올 시즌 막판에도 어김없이 상무 전역자가 대거 배출된다. 올 시즌은 예년처럼 10월 말 개막으로 회귀하면서 상무 전역자들이 뛸 수 있는 경기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작년보다 팀 성적, 판도 변화에 개입할 여지가 커졌다.

전역자를 통해 전력이 크게 변할 수 있는 팀은 모비스, SK, LG가 꼽힌다. 이대성은 시즌 막판 이종현이 슬슬 적응할 때 모비스에 합류, 앞선을 강화시킨다. 강한 수비력을 가진 이대성과 양동근이 모비스 앞선의 압박능력 및 전체적인 공격 파괴력을 끌어올린다. 이종현이 골밑까지 강화하면 모비스의 시너지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최강 전력을 지닌 오리온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최부경은 SK에 내실을 더할 카드다. SK가 김선형, 애런 헤인즈(오리온)로 잘 나갔을 때 문경은 감독은 늘 골밑에서 리바운드와 수비에 주력한 최부경에게 고마워했다. SK가 최부경이 돌아올 때까지 몇 위서 버티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김시래도 LG 전력에 마침표를 찍는다. 가드가 적지 않지만, 공수 완성형 가드는 김시래를 제외하고는 없다. 경기운영능력이 좋은 김시래는 김종규, 김영환, 마이클 이페브라, 제임스 메이스 등 개성이 넘치는 선수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 SK처럼 LG도 김시래가 돌아올 때까지 몇 위서 버티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SK와 LG가 시즌 중반 최소한 중위권서 버틴다면 시즌 막판 더 치고 올라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빅3(위), 김태술(가운데), 김시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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